한나라당 유력주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대선정국이 조기에 달아오르면서 연말이나 내년초로 예상되는 정계개편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계개편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대선구도가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계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가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여 해체후 신당창당론

여권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안은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전제로 한 민주세력통합신당론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고건 전 총리 세력,한나라당 일부 개혁파,재야파 등이 힘을 합친다는 게 요지다.

이른바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열린우리당이 100% 국민참여 방식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키로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당의 뜻대로 범여권을 한데 묶는데 성공한다면 대선전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최대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여부다.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노 대통령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은 게 이 문제의 민감성을 방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거취에 따라 신당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릴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여당 일각의 탈당요구를 수용한다면 범여권통합론은 한층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에 통합신당 합류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되면 대선전에서 범여권신당과 한나라당이 양강 대결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쪽으로 간다면 통합의 폭에 한계가 노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해왔던 민주당의 합류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참여여부를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여당내 일부 호남·중도파가 이탈,민주당과 연대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범여권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신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으로 분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고건 전 총리가 어느쪽을 택할지도 관심사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대론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대로 노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배제될 경우 여권은 극단적인 양분 상황을 맞을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노 대통령이 모양새가 좋지 않게 통합신당호에서 밀려나게 된다면 친노세력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노세력이 '노 대통령 배제론'에 "나갈테면 노 대통령 배제세력이 나가야 한다"고 벌써부터 강력 반발한 게 이런 가능성을 예고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대선은 한나라당과 범여권 신당,'친노무현당' 등 3당대결구도로 변모될 수 있다.

실제 개혁진영 일각에서는 친노무현당의 '유시민 후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한나라 대선주자 연대설

정치역학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여당과 한나라당을 이탈하는 유력주자가 연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나라당 유력 주자들은 한결같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한나라당 경선전이 과열될 경우 특정주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보는 관측이 상존하고 있다.

"주자간 합종연횡 과정에서 세가 불리한 후보가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 이탈주자가 여당과 연대하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여당+이명박 전 서울시장 연대' '여당+손학규 전 경기지사 연대설'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물러설 수 없는 게임을 하다 보면 경선룰이나 당내 지지세 차이 등에 따라 한 주자가 경선전에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이탈주자가 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