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서 촉발된 '강북발 집값 급등'이 강남권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에서 보듯 전세 수요가 주택 구입으로 전환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양상이어서 집값 상승세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서울시의 후분양제 조기 도입과 정부의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민간 부문의 공급마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주택 매수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매물 급구'란 전단을 업소 앞에 다시 게시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우려되는 강남 재건축값 상승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난 25일부터 재건축 개발이익의 최고 50%까지 환수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번주 0.74%나 올라 상승률이 전주(0.21%)의 세 배 이상 됐다.

강동구가 1.54% 급등한 것을 비롯,강남구도 1.08% 올랐다.

강동구에서는 고덕주공이나 둔촌주공 등 초기 사업단계의 재건축 단지들이 평형별로 일제히 1000만∼2000만원가량 뛰었다.

강남구에서는 개포주공 대치은마 역삼개나리 등이 상승했다.

수도권 재건축도 과천·광명·성남·수원·안양·의왕 등을 중심으로 전주보다 0.44%포인트 높은 0.7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의 시세 반등이 향후 미칠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도 강남 집값 급등은 재건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추진 자체가 힘들 정도로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시세가 오르는 것은 매수세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석 이후 상승세 가속 전망도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상승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판교 낙첨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세로 유입될 수 있는 데다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서울은 어차피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하다고 해도 분양원가 공개는 그나마 서울 수요를 흡수해주던 수도권 분양마저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도 "후분양제에 분양원가까지 공개하면서 사업을 하려는 건설사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 같은 사정을 수요자들이 벌써 알아채고 기존 주택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더 중요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간과하고 있다"며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다 태울 수도 있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