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8일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까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관련 업계와 전문가,시민단체 등은 물론 네티즌까지 가세해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29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주택업계의 고분양가 폭리근절을 위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주택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원가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될 뿐아니라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향후 분양원가공개 방침이 제도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법제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인하 효과'엔 대부분 긍정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경우 최근 파주 운정지구 한라비발디 분양과 같은 고분양가 책정과 건설사 폭리 논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는 찬반 양측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경실련 김성달 간사는 "막대한 돈을 주고 주택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과연 건설사들이 제시한 분양가가 적정한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원가공개를 하게 되면 건설업계의 폭리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분양가 공개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시민과 지자체 등이 감시를 확실히 한다면 단기적 인하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아울러 건설업계도 주택개발에 대한 기법과 경영방식이 한층 투명해지는 간접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도 "지금의 원가공개 논란은 터무니 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시장가격 구조를 왜곡시키는 일부 건설업체들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감소로 집값 불안 증폭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분양원가 공개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고분양가 해소를 위한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홍배 부회장은 "고분양가 문제의 핵심은 터무니 없이 비싼 땅값에 있다"며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공기업이 내놓는 택지는 물론 민간소유 택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업체들의 분양가격만 낮추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불가피하게 원가를 공개하려면 공공기관의 택지조성 가격과 민간택지의 매입가격만 면밀하게 공개해도 분양가를 대폭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위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택개발사업은 막대한 모험이 따르는 벤처사업"이라며 "이 같은 리스크를 감안해 이윤을 책정하고 있는 기업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이윤추구가 어렵게 된다면 주택공급이 어떤 식으로든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부 건설업체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사업이나 SOC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공개 이후가 더 문제"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도 과연 적정 이윤을 얼마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며 "자칫 끊임없는 논란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도 "사업장마다 리스크와 적정이윤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개별 단지를 비교해 소비자들이 공개된 원가를 수긍하지 않는다면 혼란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공공기업의 경우 이윤이 생기는 사업장과 적자 사업장을 함께 운영하는 '교차보조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 같은 점을 무시하고 이윤이 생기는 개별사업장만을 공개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로 인해 주택시장이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이 같은 혼란의 책임은 원가공개를 주장하는 쪽에서 모두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