鞠重鎬 <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지난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에 강경자세를 취하는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이와 함께 아베 장관 다음으로 지지도가 높던 후쿠다 야스오 중의원 의원(전 관방장관)의 당총재 입후보 불출마 선언은 아베 입지를 확고하게 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압도적 지지로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아베는 지난 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았다.향후 아베 정권 하에서 일본 경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큰 관심사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 거품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공채발행 증대와 감세정책으로 극복하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정권은 은행의 불량채권 해소,공기업민영화 등 경제구조개혁을 추진해 성과를 봤다. 이에 힘입어 2003년 이후 경기는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아베 정권도 이러한 경기 회복효과를 전면에 내세울 것임을 예상할 때 고이즈미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고도성장경제의 이주형(移住型) 사회가 아니라 안정성장경제로서의 정주형(定住型) 사회로 자리잡고 있다.정주형 사회에서는 소득 등 플로(flow) 변수보다 과거부터 축적돼 온 자산이 더 큰 중요성을 갖는 스톡(stock)경제의 속성을 지닌다. 스톡 경제의 특징은 장기적인 지속성이다.제조업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상승기조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 1990년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쌓아 온 부(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과제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재정적자와 사회격차 해소 문제가 아베 정권의 당면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천문학적으로 쌓여 온 일본의 재정적자는 아직도 불어나고 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2006년 3월 말 현재 국채와 차입금을 합친 일본 국가 채무는 827조엔(GDP의 150%)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5.8% 증가,과거 최고수준을 경신했다. 일본의 국가 채무가 불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용 등의 세출증대를 국채발행을 통해 보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베도 재정건전화를 주요 해결과제로 표명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행 5%로 되어 있는 소비세율 인상이다.현재로서는 사회보장 지출 재원을 위한 목적세 형태로 소비세율을 2009년부터 2~3%포인트 인상하는 안이 유력하다.

다음으로 사회격차 해소 문제다. 이는 도시와 지방간의 경제격차문제,계층간의 소득격차문제를 포함한다.일본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 중심이다. 아직 지방 경제까지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함께 평등을 지향하던 일본사회에 불평등화가 심화되면서 계층간의 소득격차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과제,즉 재정 건전화와 사회격차 해소 문제는 긴 시간을 요하는 과제이긴 하지만 일본의 경제여력으로 볼 때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경기회복으로 세(稅) 수입이 증가하면서 공채발행이 줄어들 것이고,전통적으로 지역특성 및 소득 평등을 강조하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지역격차 및 계층간 소득격차 해소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항간에 일본을 무시하고 가볍게 보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얻는 우리의 일그러진 심리적 보상보다는 객관성 결여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크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본이 쌓아 놓은 방대한 스톡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스톡경제의 안정성을 배우고 그 정체성(停滯性)을 극복하며,우리의 장점인 플로의 유연성을 살리고 그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톡사회 일본을 옆에 둔 우리에겐 좋은 찬스다.요컨대 플로와 스톡의 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