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지역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전세난으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은평뉴타운과 파주 운정신도시의 고분양가에 불안을 느껴 “차라리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겠다”고 나서면서 이들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소형 아파트값이 1주일 사이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초강세를 보이면서중·대형 집값까지 꿈틀대는 분위기다.

이같은 집값 상승은 실수요자 주도로 실제 거래를 동반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강북발(發)' 집값 상승은 강남시장에까지 확산되는 등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우려가 강하다.

# 전세 못구하자 매수로 … 마포ㆍ강북ㆍ노원 등 중대형도 '꿈틀'

"한 달 전에 집을 팔 의향이 있다고 하셨죠.그때 말씀하신 가격보다 5000만원 더 받게 해줄테니까 지금 파세요."(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전세물량이 없어 전세난이 극심했던 노원·강북·마포구 등 강북에서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구입에 대거 나서면서 매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마포구의 경우 "공덕로터리 인근 1km 이내에는 전세 물량이 전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강북에서는 보기 드물게 월세 물량까지 늘면서 매매값이 갈수록 뛰고 있다.

부동산플러스 공덕점 관계자는 "신공덕 삼성1차 33평형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짜리가 나오고 있다"며 "매매가격 역시 6억원으로 지난 3월에 비해 1억원가량 올랐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아이원 역시 24평형이 2억2000만∼2억3000만원,31평형이 3억2000만∼3억3000만원 선으로 1000만원가량 호가가 상승했다.

그린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그동안 너무 비싸다고 외면했던 호가에도 주택을 사기 시작했다"며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매물은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아파트값도 꿈틀대도 있다.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 37평형은 5억원으로 최근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

중앙공인 관계자는 "아직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매수세가 붙으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큰 변화"라며 "상계동이나 하계동도 조만간 중계동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외곽에서도 전세난이 심각한 경기도 김포 등에서는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과거 몇 년간 강남이나 분당·용인 등에 비해 너무 못 올랐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며 "용인보다는 그래도 서울 한복판과 가까운데 집값이 비싸야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 뉴타운ㆍ재정비지구 "우리도 은평처럼" … 신길동 33평 두달새 6천만원 ↑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는 주변 지역 집값은 물론 멀리 떨어진 다른 뉴타운의 집값도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은평뉴타운이 최고 평당 1500만원 이상이라면 우리도 그 정도는 받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신림뉴타운이 있는 관악구 신림동 삼성산주공3단지의 경우 22평형은 두 달 전보다 1000만원 오른 1억8000만∼1억90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2억3000만∼2억7000만원이던 32평형 호가는 최고 3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부동산뱅크공인 관계자는 "뉴타운의 분양가가 계속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전세를 보러 왔다가 대출을 받아 즉석에서 매입을 결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방화뉴타운 인근으로 올 상반기 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로 큰 주목을 받았던 강서구 아파트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염창동 꿈에그린 아파트는 25평형이 두 달 전보다 2000만원 정도 오른 3억5000만원에 실거래되고 있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1억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재정비 촉진지구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재정비 촉진 시범지구로 선정된 세운상가 일대ㆍ장위ㆍ신길뉴타운 등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래미안 33평형은 두 달 새에 3억4000만∼3억6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제일공인 관계자는 "공영개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존 아파트들은 개발에 대한 기대가 더 큰 편"이라며 "장위뉴타운 등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고분양가에 인근집값 동반 강세 … 파주 금촌 46평 최고 5000만원 올라

은평뉴타운과 파주 운정신도시 인근 지역의 집값 역시 고분양가 영향으로 상승세가 뚜렷해 과열론까지 대두될 정도다.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집주인이 매도 호가를 계속 올리는 바람에 계약 일보 직전까지 갔던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불광동 현지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홈타운 2차 33평형의 매매를 중개하려다가 큰 낭패를 봤다"며 "4억원짜리 매물이 있어 매수자를 소개했더니 집주인이 2000만원을 더 올렸고,그래도 사겠다고 하니 아예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불광동 아파트들은 최근 한 달간 호가가 평형별로 1000만∼2000만원 이상 뛰어 현대홈타운 1차 25평형은 2억4000만∼2억8000만원,33평형은 4억7000만∼5억2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 주변도 마찬가지다.

일산 마두역 주변 강촌 아파트의 경우 37평형은 얼마 전까지 6억3000만∼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지난주에는 7억원을 받아달라는 매물도 등장했다.

고양시 마두동 A공인 관계자는 "매도인들이 호가를 얼마나 높일지 무서워 전화를 못할 지경"이라며 "인근 화정동 역시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한 달 새 1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화정동 드림공인 관계자는 "내년 삼송신도시 등에서 이주민이 나오면 이 지역의 주택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사를 가도 아파트를 비워놓을지언정 팔지는 않겠다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수도권인 파주 금촌동 풍림아이원 46평형은 3억8000만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5000만원 정도 올랐으며,파주 운정지구 동문굿모닝힐 33평형의 호가도 2000만∼3000만원 뛰었다.


서욱진·박종서·김유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