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9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사무실 앞.보안요원 3~4명이 입점 매장 매니저가 반납한 쇼핑백을 일일이 한 장씩 헤아리고 있었다.

아직 나가지 않은 쇼핑백 수와 판매된 것,반납된 백 등이 PDA단말기에 입력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추석 한 달 전부터 쇼핑백 재고량 관리를 군대에서 사격훈련 뒤 탄피를 '낱발 실셈' 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체나 개인이 50~100장의 쇼핑백을 구입해 싼 값에 마련한 다량의 선물세트를 넣어 고가 선물인 양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추석 선물 판매 시즌을 맞아 대형 백화점들에 '얌체 선물족(族)' 경계령이 떨어졌다.

비상이 걸리긴 선물 포장용지도 마찬가지.빼돌린 백화점 포장지로 싼 저가 선물세트를 시중에 판매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무늬만' 백화점 제품인 선물세트는 명절 후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은 명절 직후 맘에 안 드는 선물을 상품권으로 교환해 주는 창구를 연다.

지난 설의 경우 백화점 제품이 아닌데도 쇼핑백 때문에 잘못 알고 찾아 왔다가 허탕치고 간 고객이 점포당 30~40명에 이른 백화점도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특판팀 관계자는 "바꾸려고 가져오면 우리 제품이 아닌 게 확인되니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며 "선물을 받은 사람이 제품 질이 안좋은데도 교환이나 환불을 포기해 버리면 백화점 이미지만 깎인다"고 말했다.

선물 포장용지 관리도 철저하다.

명절 귀성길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빼돌린 백화점 포장지로 싼 저가 선물세트를 트럭에 실어 놓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인쇄업체가 포장지를 임의로 더 찍어내지 못하도록 인쇄용 원판까지 반드시 회수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