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1년8개월여만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월요일(18일)과 비교하면 3년물이 5일만에 0.10%포인트,5년물 국고채는 0.09%포인트 떨어졌다.

장기채권 금리가 이처럼 급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내년에 침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들어 줄기차게 콜금리를 올려온 한국은행이 내년초에는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경기하락 우려감 반영

경기는 지난 1분기를 정점으로 해서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부분 민간 연구소들이 '경기침체 국면 진입'으로 결론을 낸 데다 최근에는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들마저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경기 침체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최근의 미국 경기지표 악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 조짐은 향후 국내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영업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연초 5.61%였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AA- 기준)가 이날 4.96%로 떨어진 것은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다.

기업들은 향후 경기가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보고 내년 투자 계획 등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급락한 것도 향후 민간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콜금리 인하 가능성 대두

장기금리는 단기금리에 비해 유동성과 환금성을 더 많이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조건에선 단기금리보다 높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이 단기 부동화하는 부작용 등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면서 의도했던 정책목표 달성이 좌절됐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콜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한 것은 콜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시장 금리는 한은의 의도를 비웃으며 정반대로 움직였다.

콜금리 인상에 맞춰 장기 금리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코넌드럼(수수께끼)'으로 부르며 난감해했던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장기채권 금리는 올해 초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3년물 국고채는 연초 대비 0.54%포인트,5년물 국고채는 0.75%포인트 하락했다.

올 들어 5년물 국고채 하락폭이 콜금리 상승폭(0.75%포인트)과 같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 금리가 이처럼 급락함에 따라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내년에는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투신사의 한 딜러는 "내년 적어도 두 차례는 정책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8월의 콜금리 인상은 의외였기 때문에 한국은행에서 금리인하 기미만 보여도 시장은 앞서 나가려고 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