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양대 축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과 대립이 확대일로다. 최근 노사정이 합의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로드맵)에 대한 노선 차이에서 비롯된 알력이 폭력과 시위를 주고받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납다. 그런 가운데 제3의 노총을 지향하는 뉴라이트신노동연합(신노련)이 출범키로 하는 등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양대 노총의 힘겨루기는 이미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한노총 위원장을 폭행하고,한노총은 이에 맞서 민노총 사무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게 불과 얼마전인데 또다시 민노총 조합원들이 쇠파이프와 시너를 동원해 한노총 사무실을 점거(占據)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노동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에 다름아니고 보면 정말 씁쓸하기 짝이 없다. 특히 민노총의 태도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노사로드맵 최종 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해서 이를 야합이라 비난하고,상대 조직에 폭력을 휘두른대서야 도대체 말이 되는가.

국민들은 근로조건과는 무관한 주장을 내세우며 강경투쟁을 일삼고 주도권 다툼이나 벌이는 노동계 행태에는 이제 진저리를 치고 있다. 불법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는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1980년대 20%를 웃돌던 노조조직률이 10% 선으로 추락한 것도 그런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는 23일 출범(出帆)하는 신노련이 관심을 모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단체는 투쟁일변도 노동운동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지적하면서 노사화합,일자리 만들기 실천운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동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느 국제기관의 조사에서나 세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는 우리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최대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구태의연한 강경투쟁만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노동계의 고립만 더욱 심화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 오죽했으면 제3의 노동단체까지 출현했겠는가. 노동계는 이제라도 왜 이런 상황이 빚어졌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 정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