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있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차 예비투표에서 또다시 1위를 차지하면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반 장관은 이날 2차 예비투표에서 1차 때보다 많은 14표의 찬성표를 받아 찬성 10표에 그친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다른 후보들의 순위가 1차 때와 같게 나왔으며 지지세도 비슷했지만 반 장관은 지난번보다 찬성표를 2표나 더 받았다.

특히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 속에 이달 초 입후보한 제이드 알-후세인 유엔 주재 요르단 대사가 4위에 그친 것도 반 장관에게 긍정적이란 평가를 낳고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제이드 대사가 4위에 그쳤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음에도 반 장관이 격차를 벌리며 1위를 고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상황이 항상 변할 수 있지만 현 상태에서는 반 장관이 분명한 선두주자"라고 말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차석대사도 반 장관이 두 번에 걸쳐서 1위를 차지, 일단 사무총장 선출과정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점하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 더군다나 지난번 지지표가 더 늘어났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봐야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가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구별 없이 진행된 인기투표 성격으로 이뤄졌다는 점, 비록 한 표지만 반 장관에 대한 반대표가 있었다는 점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결정권을 쥔 상임이사국들이 아직까지 개별 후보에 대한 찬반의견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예비투표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보리가 총회에 차기 사무총장 단일 후보를 추천할 때까지는 언제라도 새로운 후보가 출마 가능하다는 점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후보에 대한 최종 찬반의견은 이사국의 원수가 결정하는 사안이라면서 미국도 국무부 실무차원에서만 논의가 이뤄진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1차 투표 때 반 장관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가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나라였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면서 상임이사국이 던진 반대표라면 나머지 나라의 찬성표는 의미가 없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반대 1표가 가지는 의미가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차석대사도 반 장관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세가 확인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투표가 인기투표 성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사국들이 아직 개별 후보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지나친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유엔 소식통들은 28일로 결정된 3차 예비투표부터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이 색깔을 구별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제까지가 예선이었다면 3차 예비투표부터는 본선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