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주부 최모(31)씨는 이달 중순 전세 만기가 다가와 다른 셋집을 찾다가 혼쭐이 났다.

이 일대 수천여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전세 물건은 일주일에 많아야 1-2개. 그나마 층.향.내부 시설이 좋지 않거나 날짜가 어긋나 입맛에 맞는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최씨는 "거의 두 달만에, 그것도 살던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곳에 겨우 전세를 구했다"며 "집주인이 7천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이사를 결심했다가 만기를 못 맞춰 자칫 거리로 나앉을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전세 시장이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건이 달리고 가격도 강세다.

강남보다는 특히 강북이 심하다.

왜 그럴까.

◇ '전세 물건이 없어요'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단지. 삼성래미안 1-3차 2천100여가구를 통틀어 30평형대 아파트 전세 물건은 2-3개 뿐이다.

부동산써브 한국공인 정준기는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는 조금씩 늘고 있는데 비해 전세 물건은 달린다"며 "전셋값도 1-2년 전에 비해 3천만-7천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관악구 봉천동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다.

목동 W공인 관계자는 "매매와 마찬가지로 전세 시장도 마취주사를 맞은 듯 조용하다"며 "일부 학군 수요나 신혼부부 등이 전세를 찾고 있지만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 일대도 동백지구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

신봉동 34평형의 경우 지난 6월 1억2천만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이후 물건이 달리면서 1억5천만원으로 올랐다.

50평형대 전세도 지난 여름 1억8천만원이던 것이 최근 2억원을 호가한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도곡동, 서초구 잠원동.서초동, 송파구 잠실 등 강남권은 비교적 전세 물건에 여유가 있다.

서초구 서초동 S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있어서인지 전세는 나오는데 빨리 소화되지 않는다"며 "이사철인 것을 감안하면 물건이 달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 집값안정, 세금부담..재계약 늘어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전세품귀 현상의 원인을 집값 불안에서 찾는다.

정부의 3.30대책과 '버블 세븐' 논쟁이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자 주택 매수자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신 오른 전셋값 만큼 더 내고 살던 집에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으로 대출이 여의치 않은 것도 주택 구매 수요를 전세로 눌러앉게 했다.

용인 신봉동 포인트공인 오미자 사장은 "3.30대책 이후 주택 구매시기를 미루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현재 전셋값으로 딱히 옮겨 갈만한 곳도 없어 그냥 눌러살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대입 시험제도가 내신성적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세를 살 바에야 굳이 비싼 강남권으로 들어갈 필요없이 강북 중계동이나 목동 등 다른 대안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의 8.31대책 이후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도 결과적으로 전세 물건은 줄고, 수요는 증가시켰다는분석이다.

양천구 목동 쉐르빌공인 조희창 사장은 "해마다 늘어가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과 양도세 중과 등으로 일반 샐러리맨들은 집을 살 의욕을 상실했고, 전세 물량을 공급해줘야 할 다주택자는 감소해 전세가 달릴 수밖에 없다"며 "보유세를 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것에도 주목한다.

용인 죽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아무래도 중소형은 무주택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판교나 용인, 송파신도시 등 원하는 아파트의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세로 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오는 2008년 시행될 가점제가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아직 전세시장 불안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동맥경화 상태인 매매 거래의 물꼬를 틔워주지 않으면 '전세난'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새 아파트 관심을

올 가을 이사를 원하는 세입자라면 입주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

새 아파트는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전세가격이 비교적 낮은데다 별다른 집수리가 필요없다는 게 단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9월과 10월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각각 1만4천669가구와 1만4천809가구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수도권 입주자의 경우 좀 더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10월 입주물량이 4천669가구로 9월의 8천855가구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는 월드컵파크 4단지 761가구가 올 10월 집들이를 한다.

지하철 6호선 수색역이 걸어서 15-20분 거리로 걸어서 이용하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지만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월드컵공원.한강시민공원.쇼핑몰 등 편의시설은 가깝다.

송파구 신천동 더샾잠실 주상복합아파트도 10월께 입주를 한다.

지하철 2호선 성내 및 잠실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여서 신혼부부 등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는 동부센트레빌 248가구가 다음달 완공된다.

분당선 경원대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성남대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분당-장지고속화도로를 타기 좋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