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아·태지역 총회에서 돌연 철수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노사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대표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초 쯤 단독으로 입법예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는 노동계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이 30일 "이상수 노동장관이 신뢰를 깨고 협상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대회를 보이콧 한 것을 놓고 노동계 안팎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로드맵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협상내용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노조를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전에도 기자간담회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로드맵 협상 진행상황을 소상히 밝힌 편이다.

더구나 노사정 대표들은 노조전임자임금 지급금지,복수노조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노사 간 입장차이가 워낙 커 빠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없다는 점을 이미 확인했고 노사로드맵 입법예고 후 대화를 지속해 나가자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따라서 이 위원장이 국제노동행사가 열리는 상황에서 장관을 비난하며 철수를 결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이 위원장이 향후 노사로드맵 논의에서 좀더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협상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노총이 노사정협상에서 제시한 영국식 time-off(근로시간면제)제도에 대한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결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