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주목을 받았던 제지업계와 신사복업계의 적대적 M&A(인수합병)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 일본 재계의 보수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8월 초 업계 5위인 호쿠에쓰제지에 대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던 업계 1위 오지제지는 29일 "목표로 했던 호쿠에쓰 주식 50.0004% 취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동종 업계 대기업에 의해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도됐던 적대적 M&A 는 한달간의 공방전 끝에 호쿠에쓰 제지의 방어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시노다 가즈히사 오지제지 사장은 패인에 대해 "호쿠에쓰가 제휴 관계인 미쓰비시상사를 통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업계 2위인 일본제지가 호쿠에쓰 주식을 대량 매수해 안정 주주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지제지는 호쿠에쓰 인수 계획을 단념하고 연산 35만t 규모의 고급지 생산 공장을 건설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앞서 신사복 업계 2위 아오키는 지난 18일 후타타에 대한 인수 시도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8위인 후타타가 적대적 인수에 대응해 기존 자본 제휴사인 4위 업체 코나코와 합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기업이 잇따라 M&A 공방전에서 패한 것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를 피하고 상대측과 협상을 우선하는 '일본형 M&A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오지제지의 경우 금년 3월 호쿠에쓰에 경영 통합 의사를 타진한 뒤 7월 초 정식으로 합병을 제안했다.

또 합병 제안 후 주식공개매수 발표까지 20일간 유예 기간을 둬 상대방에게 기존 주주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등 방어 기회를 제공한 게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