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주가 이뤄진 서울 강남권 새 아파트의 일부 '단지 내 상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의 선두로 꼽히는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한 지 반 년이 넘었어도 상가에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빈 점포가 즐비한 상태다.

입주 무렵인 작년과 올해 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가 시세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10평 보증금 2억원에 월 800만원

실제 지난 2월 입주한 도곡동 도곡렉슬 상가 10평짜리 점포의 평당 매매가격은 현재 1억원을 호가한다.

1층 10평 점포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도 700만~8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고액 월세로는 세탁소 슈퍼마켓 등 근린생활 업종의 임대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입주한 지 7개월이나 됐어도 상권이 형성되기는커녕 아직도 빈 점포가 전체의 30%에 달한다.

지하층 슈퍼마켓의 경우 임대료 감당을 못 해 두 달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에 있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상가도 만만치 않다.

1층 8평짜리 점포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 정도 된다.

연말 입주 예정인 잠실주공 4단지 '레이크팰리스'의 단지 내 상가도 현재 매매 호가가 평당 1억2000만~1억3000만원(1층 10평 기준)을 형성하고 있다.

점포주가 연 수익률을 5%로만 잡아도 한 달 월세가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근 상가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130만원 수준이어서 이 같은 예상 임대료는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일부 임대료 인하 움직임

과도한 임대료 부담 탓에 임대 부진이 지속되자 최근 일부 점포주들은 월세를 100만원씩 내리는 등 임대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잠실 레이크팰리스 상가재건축조합의 경우 빈 곳이 많은 강남권 단지 내 상가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해 '임대료 상한선'을 정하고 과도한 임대료 책정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잠실주공 4단지 종합상가회 정현기 회장은 "개장 무렵에 상가 월세를 최고 350만원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적인 월세 인하만으로는 강남권 단지 내 상가의 정상 회복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상가의 임대 부진은 고액 월세 외에 상권 형성 조건이 열악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신도시나 택지지구 상가와는 달리 강남권은 주변에 백화점 할인점 및 대형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단지 내 상가의 '독점상권 매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상가뉴스레이더 서준 팀장은 "근린생활 업종의 경우 상권이 좋은 역세권에서도 월세가 300만원을 넘으면 점포 유지가 어렵다"면서 "강남권 단지 내 상가들의 월세는 현재 도심 역세권 수준을 훨씬 넘어선 상황이어서 임대 부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정동현 인턴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