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桂燮 < 서울대 교수·경영학 >

국가나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서 필요한 자리에 잘 배치하는 인사관리는 조직운영에 있어서 성공의 지름길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주장했으면서 결국 인사에 실패한 정권이나 혈연,지연에 연연해서 끝내 기업을 망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퇴직 공무원들의 관련기관 취업이 '낙하산 인사'라고 불리면서 반발을 받고 있지만 새로 생긴 '코드인사', 나아가 '보은(報恩)인사'라는 말은 인재 선정과 배치의 난맥상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조선시대 이래로 인재선정과 배치는 국정의 중심에 있었으며 조선 중기 이후 당파싸움의 시작과 왕조의 붕괴(崩壞)가 부실인사에서 비롯되었다.

인사개혁의 좌절이 부패에 이어 왕조 붕괴로 연결된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잘 인식한 정부는 인사관리를 위한 각종 선진제도와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조직만 보더라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중앙인사위원회,공공기관장 추천위원회,청와대 인사수석실 등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조직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또 고위공직자의 채용을 개방하고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을 추천위원회에서 심사 추천하는 등 제도개혁이 잘 실시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과 관련기관의 많은 요직이 여당정치인이나 관련공무원으로 채워지고 있으며,많은 추천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열거한 많은 조직이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고 인사에 직접 관련이 없는 고위층까지 협의라는 말로 인사권을 행사한다니 야단이다.

훌륭한 인재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檢證)하여야 한다.

최근에 대통령이 임명,제청한 고위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 이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제도의 순기능을 극히 일부지만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소위 '코드인사'나 '보은인사'에 쏠려 있다.

정치인 출신이라고 해서 전문성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겠지만 '코드'나 '보은'이 개입되면 이상하게 변질이 되고 만다.

인사권자에 대한 답례와 보은이 악순환을 이뤄 조직을 멍들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 경영조직은 매우 복잡하고 환경변화가 극심하여 고위층일수록 의사결정의 실수가 조직의 실패로 연결된다.

최근에 정치인들이 업무부담이 적어 선호한다는 감사 자리도 상당한 전문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기존 조직의 경영진이 잘 해나가면 되고 감사는 무임승차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현대 경영에 있어서 감사는 사고나 부정 적발에 그치지 않고 제도개혁을 통해서 사고나 부정의 예방까지 해야 하므로 최고경영자 이상으로 기업조직과 경영내용에 정통해야 한다.

경영자나 고위관리의 임명과정에서 잘 선정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단 임명하고 나면 사후 검증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불량 인사를 해결하는 기본 방향은 업적평가이다.

만약 현직에서 행한 경영 정책이나 조치가 해당조직에 피해를 입힌 것이 밝혀지고 이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사후라도 지게 한다면 소위 코드인사를 한다고 해도 선뜻 나설 것인지 궁금하다.

업적 평가가 우수하면 연임이나 영전을 보장하고 불량하면 임기중에라도 적절한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직에서의 업무수행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정부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에서 다같이 필요한 것이다.

제대로 된 평가만이 불량인재를 솎아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통한 사회적 신뢰(信賴)를 얻어 인사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이라는 인사권에 대한 사회지도층의 솔직한 반성과 선진 시장경제로 유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감시운영체제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