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양국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8.15'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가능성을 외교 채널을 통해 사전 통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7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8월15일 참배하더라도 작년 10월과 마찬가지로 대응한다"는 반응을 나타냈으며, 여기에는 항의성명을 내고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데 그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중국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지난 4월 비밀 참배에 대해 비난을 자제해온 점에 비춰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하더라도 격렬한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외교 루트라고만 전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채널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않았다.

한.중 양국이 일본측의 사전 통보를 받고 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의견을 나눴다면,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으로 빚어진 양국 정부의 항의와 반발은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종전기념일 참배 강행은 한.중 양국의 사전 통보는 물론 사전에 여론조사까지 실시하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에 관해 주변에서는 "최종적인 결단은 당일 아침"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참배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참배를 마친 뒤 보고차 들른 자리에서도 "나는 4개월 뒤에 갈거네"라고 말해 이 시점에서 이미 종전기념일 참배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참배 당일 오전 5시30분 정무비서관이 사무비서관들에게 정식 참배키로 했다고 연락했지만, 사실은 총리실에서 4일전 경비당국에 참배 가능성을 전달, 경호 문제 등을 조율했다.

총리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통상 2시간전에 경비당국에 알리는 것이 관례. 하지만 이번에는 며칠전 통보를 했고, 비서관과 경호원이 12일 전후에 신사를 방문해 동선 등을 체크했다.

당초에는 사전에 참배 계획을 발표해 일반 참배객들이 일장기를 흔들며 맞이하는 가운데 당당하게 참배하는 방안도 검토를 했으나 최근 쇼와(昭和)천황이 A급 전범의 합사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메모가 발견됨에 따라 비판이 있을 것을 우려해 접었다는 것이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