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정부가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해 국유화를 선언한 지 불과 100여일 만에 재원 부족을 이유로 국유화를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애초부터 국유화를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13일 성명을 통해 국유화 잠정 중단 사실을 발표하면서 대신 국영석유회사 YPFB에 대한 구조조정과 현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5월1일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국유화 선언에 따라 브라질 페트로브라를 비롯 프랑스 토탈,스페인-아르헨티나 합작사인 YPF,영국 BP 등 외국 석유회사의 지분 51%를 매입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성과를 못내고 있다.

특히 YPFB는 석유 생산시설 관리 등을 위해 볼리비아 중앙은행에 1억8000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지원금을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행 볼리비아 법은 중앙은행에 대해 비상시국일 때를 제외하고는 공공법인에 자금을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온라인 잡지 라틴페트롤리엄의 피에트로 핏츠 편집장은 "볼리비아 국영 석유회사는 그동안 외국 석유회사들이 운영해온 볼리비아 유전을 경영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도,자본도,경험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유화 계획은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볼리비아 야당도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의 국유화 선언은 미디어 쇼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볼리비아 정유소들이 여전히 다국적 석유회사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