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적발된 미국행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으로 10일 미국 공항들의 보안 검색 및 경계가 갑자기 강화되면서 출국장이 대기 행렬로 메워지고 여객기 출발이 수시간 지연되는 등 승객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특히 테러범들이 기내로 밀반입하려던 폭발 물질이 '액체 화학성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공항에서는 음료, 술병, 샴푸, 헤어젤 등 승객들이 소지한 액체나 젤 상태의 물질을 수거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미국 교통안전국은 미국 전역의 공항 직원들에게 새로 마련된 보안지침을 배포했으며 공항 검색대 마다 액체 물질 수거를 위한 수거통이 설치됐다.

◇ 승객들에 대기표 배부= 워싱턴 근교 덜레스 국제공항에서는 공항 직원들이 보안 검색을 위해 오랫동안 줄지어 선 승객들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 대기 예상 시간을 찍은 카드를 배부했다.

평소 한사람에 30초 정도 걸리던 보안 검색이 이날 아침에는 10분씩 걸렸다.

또 일부 승객들이 향수나 비싼 화장품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운지 가족 등을 배웅하기위해 때마침 공항에 나간 사람들에게 건네 주는 모습도 보였다.

◇'호랑이 연고' 놓고 옥신각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는 '호랑이 연고'(Tiger Balm)를 배낭에 갖고 있던 한 남자 승객이 검색 도중 따로 불려나가는 소동이 있었다.

이 남자는 결국 연고를 수거통에 버린 후에야 검색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이곳의 대부분의 여객기들은 15~16분씩 지연 출발했으며, 항공사측은 승객들이 검색을 다 마치고 기내에 탑승하기 까지 여객기를 대기시켰다.

◇기관총 무장 경찰 순찰= 볼티모어의 서굿 마샬 국제공항에서는 출국장 대기 승객이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경찰이 순찰을 돌았다.

유나이티드 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에게 "줄을 맞춰 벽에 바짝 붙어서라"고 계속 외치면서 "어떤 액체나 젤도 안됩니다.

면도 크림, 샴푸, 콘택트 렌즈액 모두 다 체크하는데 만일 그런 걸 가져가려고 하면 집에 되돌려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들은 공항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파견하도록 지시했다.

◇미국 도착 지연= 런던 히드로 공항을 떠난 뉴욕행 아메리칸 항공 F115기는 원래 예정 보다 2시간 늦은 낮 12시30분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런던공항측이 제공한 투명 비닐백에 소지 허가를 받은 자기 물건들을 담아 입국장으로 속속 도착했다.

◇대중교통시설 경계 강화= 워싱턴 경찰청은 대테러 특수요원들을 12시간씩 교대 근무케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이날 부터 이틀간 워싱턴을 지나는 열차를 비롯, 철도와 버스 등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철도역 등의 공중 화장실을 임시 폐쇄 조치했다.

이날 베데스다 철도역과 워싱턴 시내 패러것 노스 지하철 역에서는 교통 경찰의 강도높은 경계 훈련이 실시됐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