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람들이 신을 경멸하고 자신들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하늘에 닿을 바벨탑을 쌓기 시작하면서 신의 노여움을 샀다고 한다.
마침내 신은 탑을 무너뜨렸고,인간들에게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케 함으로써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기원전 바빌론의 신관(神官)인 베로수스가 쓴 역사의 기록이다.
성경의 창세기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오는데 탑이 무너진 폐허를 바벨이라 부른다.
그 지명은 곧 "언어를 혼잡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역사책과 성경을 근거로 한다면 바벨탑이 언어소통의 장애를 초래한 장본인인 셈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현재 지구상에는 6500개 정도의 독립된 언어들이 혼재해 있다고 언어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러한 언어들은 동·식물의 생태계에서 보듯 소멸되는가 하면 때로는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데,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힘있는 언어들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단연 세계공용어로 독보적이다.
현재는 영어 원어민이 5억명이지만 앞으로 10년 이내에 20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영국정부의 설명이고 보면 영어습득은 벌써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문제는 영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인 IBM의 부사장을 지낸 프랑스인 장 폴 네리에르씨가 해답을 제시했다.
1500 단어만을 사용하는 글로비시(Globish)를 고안한 것이다.
글로비시는 글로벌(global)과 영어(English)를 합친 신조어로,비영어권의 사람들에게는 간편하고 쉬운 영어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언어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에스페란토어라는 국제어가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사문화된지 오래다.
궁여지책으로 글로비시가 나왔지만 단순한 의미전달에 그칠 뿐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신분과 소득을 가른다는 '영어격차(English Divide)'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노력 외에 다른 왕도가 없을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