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노동계 등의 집단이기주의와 복지혜택을 늘려 달라는 사회적인 요구를 '경제 노화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적인 성장률 수치에 얽매이기보다 구조전환에 힘써 장래를 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정부는 노동시장의 비효율과 저부담·고수혜의 복지요구를 개선해 나가고 집단 및 지역 이기주의를 비롯한 각종 경제노화 요인들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충분히 발달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선진국병'이 우리나라에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또 "성장률 둔화가 구조전환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면 단기적 경기부양책보다 고통을 어느 정도 감내하면서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0일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경기부양 차원에서 콜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정부의 주문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비쳐져 주목된다.

그는 지금의 경제상태를 "전통적 굴뚝산업 중심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이 점차 쇠락하면서 많은 부문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와 원화 강세까지 가세한 불확실한 상황"으로 규정했다.

경제의 성장 모멘템이 약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