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준 사장 "롯데관광 큰 회사 답지 않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그룹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그룹 재건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5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3주기 기념 행사를 마친 후 새롭게 문을 연 외금강 호텔 12층 스카이라운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임해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으며, 현대건설 인수와 대북경협 사업, 경영권 분쟁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한 질문도 능숙하게 받아넘겨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남은 반년의 목표는 현대건설 인수" = 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은 원래 현대그룹에 속해 있었고, 정몽헌 회장도 어려워진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많은 애를 썼었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올해 남은 반년의 목표로 설정하고 매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 회장은 "아직 현대건설 매각 주간사도 선정되지 않아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며, 스케줄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임할 것"이라며 "내부 유보 등 현대상선 인수자금은 충분하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파트너를 확보해 현대건설 인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석한 전인백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할 것이며, 전략적 혹은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현대건설 인수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 준비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전 사장은 "오히려 유상증자가 더 잘 됐고 실권주도 적게 나왔다"며 현대건설 인수에는 전혀 지장이 없음을 강조했다.

◇ "롯데관광, 솔직해져라" = 개성관광 문제와 관련해 현 회장은 "롯데관광으로부터 어떠한 사업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개성관광은 정몽헌 회장때부터 북측과 합의됐던 내용이고 그에 대한 투자도 이미 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동석한 윤만준 사장이 바통을 넘겨 받아 롯데관광에 직격탄을 날렸다.

"롯데관광에 대해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며 포문을 연 윤 사장은 "언론에 '현대와 북한의 관계가 정리되야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결국 '현대가 포기해야 개성관광을 하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합의서 등을 떠나 남북 경협은 우리와 북측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며, 이런 관점에서 개성관광은 현대가 할 수밖에 없다"며 "굴지의 관광회사인 롯데관광이 이런 식의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큰 회사처럼 그에 맞는 비즈니스 행태를 갖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FTA협상에서 미국측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 윤 사장은 "어차피 개성공단은 내수 시장을 우선 겨냥하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 '험난했던 3년' =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을 3년간 이끌어오면서 느낀 소회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현 회장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정신없이 지내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어느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 회장은 "지금 하는 일에 보람과 사명감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최근 미사일 문제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원만히 해결돼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이 평화롭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CC와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으면서 느낀 점을 말해 달라는 조심스런 질문이 이어졌다.

"제일 어려운 질문"이라며 물을 한 잔 마신 현 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M&A는 당연한 것이고 약육강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같은 집안 식구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경제논리보다 사람 사는 관계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김문희 여사의 회사라는 말이 있다"는 지적에 현 회장은 "황당무계한 논리이며, 자신들의 욕심을 숨기기 위해 만든 말"이라며 "어머니는 현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저도 최근에는 잘 뵙지 못해 어머니가 섭섭해 하실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문희 여사의 상속 문제에 대해 현 회장은 "주식은 자식들에게 상속해 주시는 것으로 이미 공증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여기자가 "자식을 물가에서 잃으면 물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남편이 큰 고통을 겪었던 경영 일선에 나온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현 회장은 "저도 무엇 때문에 나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가피하게 나오게 된 것 같다"며 "그러나 3년간 경영권 분쟁 등 숱한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 보이지 않는 힘이 저를 도와 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