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재임시 타던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퇴역한 지 13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부산 부경대 공대 기계공학부 자동차공장실험실에 보관중인 1980년식 캐딜락 플리트우드 리무진 1대가 최근 출고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이 리무진은 그동안 누가 사용하던 것인지, 어떤 경로로 부경대측이 보유하게 된 것인지 등이 베일에 가려져 왔으나, 차량 인수에 관여했던 부경대의 한 교직원에 의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타던 전용 리무진이었다는 `진실'이 공개되면서 학교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 96년 이 리무진을 인수할 당시 관여했던 이 대학 공대 강우동(54) 행정실장이 최근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통령 차의 용당나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차에 얽힌 사연을 자세히 소개한 것이다.

강 실장에 따르면 1981년부터 7년간 전 전 대통령이 전용으로 사용하던 이 리무진은 1988년 당시 외교부로 넘겨져 국빈의전용으로 이용되다 1996년 소유권이 부경대로 넘어왔다.

통상 대통령 전용차량은 테러 위험에 대비해 고속주행에 적합하도록 설계되는데, 배기량 6천cc인 이 차량도 출발 8초 후면 시속 100㎞에 도달하고, 최고 시속 250㎞까지 낼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또 차의 유리창과 타이어, 보디에는 특수 방탄처리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는 1993년 11월 경주에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호소가와 일본 총리간 한.일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김해공항에 도착한 호소카와 일본 총리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그만 도중에 멈춰 섰다.

당황한 청와대측은 경주에 먼저 도착한 김영삼 대통령이 사용하던 벤츠 승용차를 급히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일본 총리 일행이 정상회담 예정시간을 넘겨 도착하게 만드는 의전상 결례를 범하고 말았다.

고속도로 사건 이후 이 리무진은 `국빈용'으로도 용도 폐기돼 외교부 차고에서 애물단지로 취급 받다가 1996년 삼성자동차 박물관으로 팔려가기 직전 부경대측에 의해 인수돼 이 대학 자동차 공학도들의 해체폐기 실습용으로 보관돼 왔다.

이 차량이 해체의 위기를 넘기고 현재까지 보전된 것은 인수 당시 홍봉기 공대학장의 결단 덕분이었다.

비록 통신시설 등 일부 특수장치가 제거되기 했으나 외형이 완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해체폐기 실험용보다는 전시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홍 학장이 `영구보존'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3일 "우연히 외교부에서 의전용 차량을 매각한다는 관보를 보고 (학교측과 상의해) 이 차량을 인수하게 됐다"면서 "자동차를 쓰다듬으면서 마지막 거수경례를 올리던 이 승용차의 운전기사로부터 이 차량에 대한 역사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사용한 차량이기 때문에 혹시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 손상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 전공학생들에게만 '대통령 전용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면서 "이번에 차량 복구를 계기로 외부에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수 당시부터 엔진이 자주 멈추는 결함을 가진 이 차량을 복구하면서 1993년의 `의전 실수'의 원인도 밝혀졌다.

부경대 공대 최고경영자 과정인 테크노CEO 2기로, 현대자동차 정비부에서 25년간 근무하다 최근 자동차 수리센터를 개업한 안경호 사장 등 정비팀이 사고 당시 고장의 원인으로 연료탱크에 2㎝ 두께로 쌓여 있는 슬러지를 지목했다.

정비팀은 연료탱크를 수리하고 떨어져 나간 캐딜락 마크도 새로 달았으며 일부 손상된 보디의 판금까지 말끔하게 단장해 거의 출고 당시 모습으로 복구했다.

정해용 부경대공대 학장은 "기계.자동차 전공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한다면 자동차 전시회나 영화제, 영화촬영 등에도 차량을 사용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