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가 지난 6월 말 이른바 '아파트 회사' 금지령을 내렸다.

거주하는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거나 아니면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사무실로만 활용하는 '아파트 회사'에는 사업자등록증을 내주지 않기로 한 것. 베이징에선 대부분의 자영업자나 중소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이 같은 형태로 회사를 경영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업용 건물에 별도 사무실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베이징의 한인 타운으로 통하는 왕징에 있는 국제성원.30층짜리 이 건물은 3층까지만 상업용 건물,나머지는 아파트로 허가를 받았다.

이 아파트에 대부분의 사무실이 입주해있다.

"갑자기 나온 아파트 회사 금지령 때문에 일부 세입자는 입주 계약을 취소하는 등 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왕징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들이 상업용 건물에 들어가면 아파트보다 입주비를 2배 이상 내야 한다"고 걱정했다.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규제가 중국비즈니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규제가 부쩍 늘어나는 것은 개혁개방 이후 성장에 올인,절차를 간소화하거나 편법 불법을 묵인해주던 관행이 질적 성장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규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어느 날 '통지'나 '의견'이란 이름으로 관영 신화통신에 발표된다.

정식법률이 아니면 입법예고도 없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규사를 추출해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유리 현지공장 관계자들은 요즘 인터넷으로 신화통신을 쳐다보는 게 일이다.

규사 수출 금지 규제가 언제부터 시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지난 4월 중순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규사 수출 금지를 5월1일부로 시행한다는 통지문이 뜬 것.주중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업계에 영향이 큰 사안을 충분한 대비 시간 없이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로 설득해 시행시기를 연기시켰지만 언제 또 다시 통지가 뜰지 조마조마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달 28일부터 환경오염 사범에 대한 모호한 단속 규정을 명확히 했다.

'국가 및 사유재산에 중대한 손실'이라는 모호한 문구를 30만위안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구체적으로 해석했다.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다.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무는 기업들도 많지만 환경오염 업종이라며 수출 지원책을 축소해버려 실질적으로 부담을 받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칭다오시 외곽에 자리잡은 피혁업체 D사.소의 날가죽(生皮)을 가공해 가죽원단을 수출해왔다. 어느 날 시 정부가 피혁업종을 '반(反) 환경산업'으로 규정,피혁 가공 무역 업체에 주던 관세 및 증치세(부가가치세)면제 혜택을 철폐해 베트남 등 3국으로 공장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D사의 C전무는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가죽원단을 한국에서 만든 것보다 5~10% 싸게 팔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국에서 만드는 제품보다 5~10% 더 비싸게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수립한 환경법령 정비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0년 사이 환경 관련 법률 11개와 국무원 제정행정규범 10개,총국규정 87개 등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환경규제 대부분이 제·개정된다.

김지태 주중 한국대사관 환경관은 "내년까지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위해 제·개정키로 한 926개 산업표준 가운데 현재까지 마련된 것은 10% 미만"이라며 "앞으로 1년6개월 사이에 새로운 산업표준이 집중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규제폭풍이 더 세차게 몰아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