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방문자 수가 30만명 이상인 포털과 20만명 이상인 미디어 등 대형 사이트를 대상으로 이용자가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서비스 사업자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되 만약 본인임이 확인되면 필명이나 ID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그 골자다.

모든 사이버 공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필명(筆名) 등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은 점에서 일종의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를 택한 셈이다.

사실 인터넷의 순기능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근래 들어 인터넷을 통한 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과 부작용에 따른 피해는 구체적 사례를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연예인 X파일 사건''개똥녀 사건' 등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남용해 특정인의 명예(名譽)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댓글은 정통부가 4대 사이버 폭력으로 지목할 만큼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당정의 이번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그동안 사이버 문화를 오염시켜 온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네티즌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인터넷의 본질을 크게 훼손(毁損)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해악을 양산하고 있는 익명성의 폐해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제는 인터넷 실명제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찬반 논란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그 방법론을 모색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은 포털에 대한 처벌조항이 배제되는 등 이번 조치의 미비점은 시급히 보완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댓글문화를 건전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양식있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과 체계적인 인터넷 교육 및 지도가 뒤따르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인터넷 포털들도 실명제를 뿌리내리고 확산(擴散)해나가는 데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