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이 실제 소유한 지분의 6.71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1일 현재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30일 공개했다.

자사주.우선주.상호주를 제외한 의결권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이들 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총수의 소유지분율(이하 친족 지분 포함)은 평균 9.17%, 총수가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지분율은 39.72%로 파악됐다.

총수가 계열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의 소유지분 30.55%(소유지배괴리도)까지 합쳐 소유지분의 6.71배(의결권승수)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14개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 기업집단만 보면 재벌 총수의 소유지분율은 6.36%, 의결지분율은 37.65%를 기록해 의결권승수는 7.47배를 나타냈다.

의결권승수가 가장 높은 곳은 동양(21.08배)이었고 이어 SK(16.42배), STX(14.35배), 한화(12.53배), 두산(11.62배), 삼성(6.91배), LG(6.83배), 현대차(6.13배)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한국타이어, KCC, 효성, 한진중공업 등은 의결권승수가 1.5배를 넘지 않았다.

총수의 소유지분이 낮은 곳은 SK(2.21%)였으며 다음으로 STX(3.32%), 동양(3.59%), 한화(4.02%), 삼성(4.20%), 두산(4.63%), 현대(4.65%), 한솔(5.75%), LG(5.58%), 현대차(6.28%) 등이었다.

작년에 이어 연속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8곳의 경우 소유지배괴리도는 0.53%포인트, 의결권승수는 0.02배 낮아지는데 그쳤고 출총제 적용 9곳도 괴리도는 0.76%포인트 낮아졌지만 의결권승수는 0.0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의결권승수가 많이 높아진 곳은 한화(2.48배 상승)와 두산(1.62배)이었고 반대로 의결권승수가 많이 낮아진 곳은 STX(11.39배 감소)와 LG(0.90배 감소)였다.

의결권 유무와 상관없이 총발행주식을 기준으로 총수일가가 1주도 보유하지 않은 계열회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전체 계열회사 975개사 중 59.6%에 달하는 581개사에 달했고 출총제 기업집단은 463개사 중 60.9%인 282개사로 파악됐다.

또 삼성.현대차.SK.롯데.한진.현대중공업.한화.두산.동부.현대.대림 등 11개 기업집단은 지분구조가 A→B→C→A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했다.

아울러 삼성.현대차.동양 등 13개 기업집단은 소속 금융.보험회사 76개사가 계열사에 액면가 기준 총 2조3천89억원을 출자, 평균 12.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규 공정위 경쟁정책본부장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지난해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유럽국가의 경우 의결권승수가 1.05∼1.35배 수준인데 비춰보면 우리나라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