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美熙 < 싸이더스FNH대표 greenpapaya2000@hanmail.net >

지난 5일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 조치'가 내려졌고, 전 세계의 이목(耳目)이 북한에 집중됐다.

세상이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나만 모르고 있었던 듯하다.

온갖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일에 관련된 것만 입력하기 바빠 정작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무심하다고 할까.

아무리 시끄러운 식당에 있어도 뉴스에서 영화관련 소식만 '소머즈'처럼 청력(聽力)이 업그레이드되어 들린다.

기절하다시피 잠에 빠져도 꿈에 영화배우가 나와서 날 괴롭힌다.

시간,분 단위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주말도 없이 미팅이 이어져 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이제 일방적으로 연락하기도 지쳐 인연이 끊어진 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완전히 영화와 살림 차렸다.

그런데 영화라는 놈은 기획단계의 즐거움도 잠시, 신생아 돌보듯이 잠도 못자고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완성이 된다.

그런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니 사생활은 뒷전이 된다.

당연히 지긋지긋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난 수트케이스를 꺼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일 생각을 완전히 끊을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이왕이면 핸드폰이 통하지 않는 외국이 더 좋겠다.

한발 물러나 보면 안보이던 풍경(風景)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휴식은 아주 중요하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도 히트하지 않았나.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잘 놀아야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다.

주5일제가 되긴 했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지런하기만 했지 제대로 놀 줄 모르는 것 같다.

기껏해야 콘도 예약하거나 음주,쇼핑하는 식이다.

음주? 그것도 좋다.

다만 노는 날엔 평소와 다르게 중국술에 도전해보면서 소흥주, 마오타이주 등을 찾아 중국음악과 함께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평소에 백화점 쇼핑을 즐겼다면 명동의 일본구제가게나 동대문 패션가를 거닐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돈이 없으면 집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만화책을 꺼내 읽든지, 멍하니 창밖만 봐도 좋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만 느껴도 일상이 달리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동안 못 읽었던 시나리오들을 챙겨든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칼로 잘라내듯이 일 생각을 끊으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면 하루 이틀만 지나도 그 지긋지긋하던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진다.

아무튼 회귀(回歸)본능이 생기는 것으로도 여행의 의미는 충분하다.

로밍도 안하고 간다고 큰소리 빵빵 쳤는데 핸드폰을 슬그머니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아무 신호도 오지 않는 게 서운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심리테스트 서적을 뒤져 '당신은 일벌레입니까' 섹션을 찾아 체크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