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큰 정부의 수해대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온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신 지루한 장마였다.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의 상처는 워낙 깊었다.
재앙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은 망연자실하다.
넘어야 할 시련이 크기에 누굴 탓할 기운조차 없다.
비 피해가 심했던 강원도 평창군 진부·용평면 일대에서만 120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집안까지 밀려든 토사가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삶의 무게를 짓누른다.
복구하는데만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현지를 찾아 정부지원을 약속했고 장관과 국회의원들도 다녀갔지만 허탈감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비 피해가 컸던데는 과학적인 치수(治水)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추가로 댐을 건설해야 수재를 막을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때늦은 논의를 지켜보면 치수의 중요성에 정책 책임자들이 얼마나 둔감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정부가 의당 해야 할 일을 방치하다가 수재가 빚어지자 이를 명분 삼아 환경단체를 설득해 댐을 짓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실 우리는 크고 작은 수재를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겪어왔다.
때만 되면 국민들은 수재민 돕기운동에 나섰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2002년 '루사',2003년 '매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물난리를 겪었을 때는 추경 규모가 3조원을 넘었다.
그러니 이번이라고 추경 편성 이야기가 빠질 리 없다.
정부의 수해 대책은 이렇듯 재해민 지원 중심의 '사후약방문'식 일색이다.
책임지고 수해예방대책을 세우려는 의지를 본 적이 없다.
홍수 피해를 본 뒤 지방자치단체에 복구예산 명목으로 몇 푼 집어주는 것을 능사로 생각하니 말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인 만큼 수재와 같은 자연재해만이라도 확실히 막아낼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에 널려 있는 '낙석주의' 경고가 필요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
물난리에 강원도 일대의 도로가 두절 상태가 되고 홍수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고립돼 있는 마을이 있을 정도라니 말이 되는가.
참여정부의 실수는 그동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한 채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에 지나치게 집착한데 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참이고 명분이 옳아도 전체적으로 참이 아닌 '구성의 모순'에 빠졌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경제성장과 유효수요 창출로 풀어야 할 소득재분배 문제를 가진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못가진 자에게 나눠주는 인위적인 분배로 풀겠다는 양극화 해소책이 대표적 사례이다.
"빈손을 갖고 분배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인데도 말이다.
집권 시간표를 감안하더라도 참여정부는 이제 짧은 기간 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이 불가능한 일'을 구분하면서 정책을 펼 때가 됐다.
근본적인 수해대책은 힘을 쏟는 만큼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민초들이 아무리 큰 물에도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치수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게 치국(治國)이 아닌가.
큰 정부,작은 정부를 따지기 앞서 국민의 애환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익원 경제부 차장 iklee@hankyung.com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의 상처는 워낙 깊었다.
재앙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은 망연자실하다.
넘어야 할 시련이 크기에 누굴 탓할 기운조차 없다.
비 피해가 심했던 강원도 평창군 진부·용평면 일대에서만 120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집안까지 밀려든 토사가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삶의 무게를 짓누른다.
복구하는데만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현지를 찾아 정부지원을 약속했고 장관과 국회의원들도 다녀갔지만 허탈감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비 피해가 컸던데는 과학적인 치수(治水)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추가로 댐을 건설해야 수재를 막을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때늦은 논의를 지켜보면 치수의 중요성에 정책 책임자들이 얼마나 둔감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정부가 의당 해야 할 일을 방치하다가 수재가 빚어지자 이를 명분 삼아 환경단체를 설득해 댐을 짓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실 우리는 크고 작은 수재를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겪어왔다.
때만 되면 국민들은 수재민 돕기운동에 나섰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2002년 '루사',2003년 '매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물난리를 겪었을 때는 추경 규모가 3조원을 넘었다.
그러니 이번이라고 추경 편성 이야기가 빠질 리 없다.
정부의 수해 대책은 이렇듯 재해민 지원 중심의 '사후약방문'식 일색이다.
책임지고 수해예방대책을 세우려는 의지를 본 적이 없다.
홍수 피해를 본 뒤 지방자치단체에 복구예산 명목으로 몇 푼 집어주는 것을 능사로 생각하니 말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인 만큼 수재와 같은 자연재해만이라도 확실히 막아낼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에 널려 있는 '낙석주의' 경고가 필요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
물난리에 강원도 일대의 도로가 두절 상태가 되고 홍수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고립돼 있는 마을이 있을 정도라니 말이 되는가.
참여정부의 실수는 그동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한 채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에 지나치게 집착한데 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참이고 명분이 옳아도 전체적으로 참이 아닌 '구성의 모순'에 빠졌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경제성장과 유효수요 창출로 풀어야 할 소득재분배 문제를 가진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못가진 자에게 나눠주는 인위적인 분배로 풀겠다는 양극화 해소책이 대표적 사례이다.
"빈손을 갖고 분배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인데도 말이다.
집권 시간표를 감안하더라도 참여정부는 이제 짧은 기간 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이 불가능한 일'을 구분하면서 정책을 펼 때가 됐다.
근본적인 수해대책은 힘을 쏟는 만큼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민초들이 아무리 큰 물에도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치수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게 치국(治國)이 아닌가.
큰 정부,작은 정부를 따지기 앞서 국민의 애환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익원 경제부 차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