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만 해도 2500원선을 오르내리던 코스닥 상장 A사의 주가는 이달 들어 500원대로 급락했다.

최대주주가 회사 인감 부정 사용 등을 통해 지난 1월부터 5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회사자금 274억여원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한때 유명 여자연예인을 본인과의 협의도 없이 영입했다고 공시했던 B사는 대표이사가 자사주 58만여주를 이사회와 회사에 통보없이 담보로 제공한 뒤 15억원을 차입했다. B사 대표는 상환일까지 차입금을 갚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두 회사는 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스타주였다.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뒤늦게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주가도 바닥을 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횡령 사고 등이 비단 이들 두 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한 달에 두 건 이상 횡령 관련 공시가 나고 고소·고발건은 이보다 훨씬 많다.

코스닥 대주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 조직과 이사회를 갖춘 상장기업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역시 코스닥시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자조섞인 한숨소리도 들려온다. 한마디로 못 믿을 곳이란 얘기다.

시장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기업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물론 동종업체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엔터테인먼트업체 주식 담당자는 "동종 업체들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며 "그럴 때마다 우리 회사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털어놨다.

조회공시 등을 통한 감독당국의 감시만으로 대주주의 비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주주들의 철저한 기업윤리 의식만이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그래야 시장이 살고 투자자도 살 수 있다.

김진수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