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3조2400억원에 달하는 경기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이의 신도시)의 토지 보상률이 60%에 육박하면서 보상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방문한 용인 성복동 경기지방공사 토지보상팀 사무실에서는 하루 20~30명이 보상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토지보상 채권을 받은 상당수 사람들이 대토(代土)에 나섰지만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탓에 채권을 만기 때까지 보유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거액 보상자들,"그래도 부동산"

10억원 이상의 거액 보상금을 받은 땅주인 중에는 부동산에 재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보상금 96억원을 수령한 A씨(59)는 보상금으로 받은 채권을 증권사에 매각해 이 중 20억원으로 수도권 임야를 매입했다.

A씨는 "부동산 만한 투자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20억원을 보상받은 다음 수원 시내 상가를 샀다.

종중(宗中)과 같은 '큰손'들은 대부분 대토에 나선다는 게 경기지방공사 토지보상팀의 전언이다.

현금으로 바꿔 놓으면 친인척 간 불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당장 묏자리 쓸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공사측은 100억원 이상 보상금을 받은 종중 10여곳이 수도권이나 충청권의 새로운 땅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거액 수령자 중 대부분은 강남 아파트 등 고가 주택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후문이다.

토지보상팀 관계자는 "지금 강남·분당 등의 고가 주택을 사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보상금 10억원 미만은 '채권'

보상금 규모가 작을 경우 채권을 만기 때까지 갖고 있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부재 지주가 받는 1억원 이상의 보상금은 용지보상 채권으로 지급되는데 수익률이 연 4.65% 수준으로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수지지점 관계자는 "5억~6억원 정도의 채권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부동산 재투자에 나서기엔 규모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용지보상 채권은 수익률이 안정적인 데다 이자소득세도 없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을 현금화하기 위해선 총액의 1.45%가량 할인해야 하는 점도 채권 보유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지방공사에 따르면 채권 보상을 받는 부재 지주는 전체 보상 대상자 2600여명 가운데 1000여명에 달한다.

수령 시기 앞당기려 '연줄 과시' 구태도

보상금을 많이 타거나 수령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구태도 여전했다.

수도권 K대 교수는 경기도지사와의 친분을 '무기'로 보상금을 먼저 타내려고 시도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지방공사 관계자는 "대토 때문에 급하다는 등 사정을 얘기하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권력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민원을 들어 주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