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700만달러)가 20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리버풀의 로열리버풀링크스코스에서 막을 올린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브리티시오픈의 공식 대회 명칭은 '디 오픈(The Open)'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오픈대회라는 뜻이다.

1860년 첫 대회를 연 브리티시오픈은 146년 동안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탓에 12차례 걸렀을 뿐 전통을 이어 와 올해 135번째 챔피언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유럽프로골프(EPGA) 등 양대 투어 대회를 겸하고 있으며 PGA 투어에서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는 상금 130만여 달러 뿐 아니라 평생 '디 오픈 챔피언'이라는 명예가 따라 다닌다.

다른 메이저대회와 마찬가지로 이 대회는 출전 자체를 선수들이 영광으로 여길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나설 수 있다.

역대 챔피언 및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호주, 아시아 등 주요 골프투어 상금랭킹 상위 선수 등으로 채워졌다

이처럼 영광스러운 무대에 한국인 선수는 작년에 이어 3명이 출전한다.

올해로 벌써 이 대회에 일곱 번째 나서는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일찌감치 출전권을 획득했고 허석호(33)는 지난 달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미즈노오픈 우승과 함께 JGTO 상금랭킹 2위 자격으로 4년 연속 브리티시오픈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 호주프로골프투어를 뛰고 있는 호주교포 박운호(32)는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지역 예선을 공동 1위로 통과해 리버풀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브리티시오픈만 갖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회 장소로 링크스코스만 선택한다는 점이다.

영국왕립골프협회는 13개 링크스코스 가운데 해마다 1곳을 정해 대회를 열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황량한 벌판에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링크스코스는 시도 때도 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좀처럼 탈출이 어려운 항아리형 벙커가 상징이다.

게다가 좁다란 페어웨이를 에워싸고 있는 무릎 높이의 거친 러프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은 공포의 대상이다.

로열리버풀링크스코스는 지금까지 10차례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한 곳이지만 1967년 대회를 유치한 이후 39년만이라 선수들에게는 아주 생소하다는 점이 변수다.

◇우승 후보는 누구

어떤 전문가라도 우승후보 리스트의 맨 윗줄에 타이거 우즈(미국)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얼 우즈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우즈는 US오픈에서 컷오프를 당하는 수모까지 당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는 언제나 우승후보 0순위다.

영국의 도박업체 '래드 브록스'가 매긴 우승 배당률은 6-1로 나타나 출전 선수 가운데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

배당률 2위 필 미켈슨(미국)의 10-1 보다 훨씬 높다.

우즈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강한 바람과 거친 러프, 그리고 항아리 벙커로 무장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를 14언더파로 농락하는 등 두 차례나 정상에 올라 링크스코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우즈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는 링크스코스에서 대회 경험이 많은 어니 엘스(남아공)가 꼽힌다.

2002년 뮤어필드에서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차지했던 엘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좁은 페어웨이에서는 드라이버가 불안한 우즈보다 우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래드 브록스가 매긴 배당률은 16-1이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켈슨이 링크스코스과 바람에 약하다는 혹평과 이에 따른 브리티시오픈과 악연을 떨쳐낼 지도 관심사다.

'메이저 무관의 제왕'에서 어느덧 메이저 왕관을 3개나 수집한 미켈슨은 브리티시오픈에서는 2004년 3위에 오른 것이 유일한 '톱 10' 일 뿐 바닥권에서 헤매기가 다반사였다.

이와 함께 US오픈 2회 우승에 빛나는 레티프 구센(남아공)도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샷 능력을 지닌 데다 링크스코스 경험이 풍부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구센은 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가 꼽은 우승 확률 1위 선수.

이와 함께 비제이 싱(피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 데이비드 하웰(잉글랜드), 짐 퓨릭(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도 전문가들이 꼽는 유력한 우승 후보군이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이 기상 조건에 따라 스코어가 춤을 추고 이외의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예가 있어 무명 선수의 깜짝 우승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3년 벤 커티스(미국), 그리고 2004년 토드 해밀턴(미국) 등은 아무도우승을 점치지 못했던 무명 선수들이지만 '빅스타'들의 자멸 속에 스타로 탄생했다.

◇예측 불허 로열 리버풀링크스

현지인들에게는 '호이 레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로열 리버풀링크스코스는 '로열 OB'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코스에 워낙 많은 OB 말뚝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10개 홀을 따라 늘어선 OB 말뚝이 로열 리버풀링크스의 특징이자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열 트룬링크스의 무성한 덤불이나 카누스티링크스의 무릎 높이에 이르는 러프, 세인트 조지스링크스의 높은 모래 둔덕, 세인트 앤드루스의 공포스러운 벙커 등과 비교할 만한 위험요소가 바로 좁은 페어웨이와 OB 말뚝인 셈이다.

그러나 39년 전 우승자 로베르토 데 비센조(아르헨티나)에게 나흘간 10언더파를 허용했던 로열 리버풀링크스는 최첨단 장비와 과학적 트레이닝 덕에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현대 골퍼'들에 '브리티시오픈을 열기에는 너무 쉬운 코스'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

1967년에 비해 263야드가 늘어났다지만 전장 7천258야드의 로열 리버풀링크스코스는 파밸류가 72인데도 US오픈이 열렸던 파밸류 70의 윙드 풋골프장보다 6야드가 오히려 짧다.

2개월전 이곳을 방문한 잭 니클로스는 "도무지 위협적인 요소가 없는 코스"라면서 "아마 무척 낮은 스코어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니클로스도 "바람이 없을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코스에 바닷바람이 불어댈 경우 선수들은 링크스코스가 선사하는 고통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왕립골프협회 피터 도슨 사무총장은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겼다.

이와 함께 이곳이 그동안 브리티시오픈을 치러온 다른 코스와 워낙 다른 특성을 지닌 데다 39년 동안 브리티시오픈을 열지 않은 탓에 선수들이 코스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적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도 클럽하우스에는 태극기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는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브리티시오픈과 가장 깊고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PGA 투어 멤버가 되기도 전인 1998년, 1999년에 2년 연속 출전한 데 이어 2002년부터 5년 연속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이번이 벌써 7번째다.

2004년 대회 때는 공동 16위에 올라 한국 골프의 브리티시오픈 47년 도전 사상 최고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공동 47위에 그쳐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최경주는 이 대회를 대비해 지난 10일부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해왔고 일찌감치 현지로 건너가 코스 적응에 나서 '톱 10' 입상을 노리고 있다.

특히 최경주는 링크스코스에 대해 웬만한 PGA 투어 선수보다 더 익숙한 데다 코스 길이가 짧아 장기인 컴퓨터 아이언샷을 앞세워 '일을 한번 내보겠다'는 각오다.

벌써 4년 연속 출전하는 허석호는 지난 200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대회 막판 경험 부족으로 중위권으로 추락했고 작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허석호의 목표는 최대한 상위권에 올라 골프 인생의 목적지로 삼고 있는 PGA 투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
호주교포 박운호는 이번이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겨뤄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경주 1,2라운드 파트너는 2003년 챔피언

대회조직위가 발표한 조편성에 따르면 최경주는 2003년 로열 세인트조지스링크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벤 커티스(미국)와 1, 2라운드를 함께 치른다.

유럽투어의 강호 브래들리 드레지(웨일스)와 커티스 등과 같은 조에 편성된 최경주의 티오프 시간은 20일 오후 4시14분.
20일 오후 3시52분에 경기를 시작하는 허석호는 지난 17일 존디어클래식 우승으로 마지막 1장 남은 출전권을 따낸 존 센덴(호주), 그리고 미코 일로넨(핀란드)과 함께 플레이를 펼친다.

대회 2연패에 나서는 우즈의 동반자는 브리티시오픈을 3차례나 제패한 닉 팔도(잉글랜드)와 일본프로골프의 1인자 가타야마 신고(일본)로 정해졌다.

우즈와 팔도, 가타야마는 20일 오후 11시9분 티오프한다.

엘스는 20일 오후 4시58분 루크 도널드, 그리고 아마추어 선수인 에두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 등과 함께 경기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