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유가 상승 등 최근의 대외여건 악화를 반영,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KDI는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가 급속히 하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며 거시 재정정책은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DI는 16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4분기 전망 때에 제시한 5.3%에서 5.1%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와 같은 것으로, KDI는 1.4분기의 전망 당시보다 상향조정된 국제유가와 원화가치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상반기에는 높은 수출 증가세와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부문 회복으로 5%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나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민간소비 증가세도 제한되면서 4%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3.4분기 4.8%, 4.4분기 4.1%로 애초 전망 때의 5.1%와 4.4%에서 0.3%포인트씩 낮췄다.

KDI는 하반기 국내 경기가 유가 및 세계경기 등 대외여건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외여건 추이에 따라 성장속도 조정폭이 정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신인석 KDI 연구위원은 "이번 전망에서 연간 국제유가를 배럴당 62달러로 예상했으나 유가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 정도거나 조금 안될 수 있다"면서 "그래도 올해 5% 성장은 하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KDI는 민간소비는 하반기에 물가상승폭 확대 등으로 상반기보다 낮은 4% 초반의 증가율을 보여 연간으로 당초 전망인 4.8%보다 낮은 4.5%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도 애초의 8.4%에서 7.8%로 낮추고, 건설투자도 증가율 전망을 애초의 1.6%에서 0.8%로 낮춰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상반기의 호조에 힘입어 애초의 11.9%보다 높은 1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반기에는 증가율이 낮아지고, 경상수지 흑자폭은 작년(166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40억 달러 가량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6%로 전망했으나 하반기에는 그동안의 내수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등으로 인해 2% 후반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현시점에서 거시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존 예산안에 따른 정책운용을 유지하면서 소비 및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통화정책은 경기여건 및 물가 추이에 대응해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제도의 개혁을 신속히 추진해 미래의 재정 불안정 요소를 해소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일자리 창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정책의 예산항목별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