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판교 1차 중·소형 분양 때 집값이 강세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사라진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폭탄'으로 매물을 내놓는 매도자들의 호가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판교라는 대형 호재가 맥을 못 추는 양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간시세 올들어 첫 하락
1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분당 집값은 정자동 파크뷰 같은 대표 단지를 포함,지난달 하순부터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분당지역 전체 집값은 지난주 올들어 처음으로 0.0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부터 크게 올랐던 중·대형 아파트가 중·소형보다 많이 내리고 있다.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 49평형은 지난달 초 12억5000만∼13억원가량 하던 것이 요즘에는 11억∼11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32평형도 7억5000만∼7억7000만원에서 7억원대 초반으로 내렸지만,큰 평형에 비해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야탑동 현대 48평형은 지난달 11억원에서 9억8000만∼10억원으로 주저앉았으며 31평형은 2000만∼3000만원 내린 6억원 정도에 호가되고 있다.
서현동 A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시범단지에서는 20∼30평형대가 4000만∼5000만원가량 오를 때 40∼50평형은 2억∼3억원이나 올랐기 때문에 중·대형 주택의 가격 하락 압박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고급 주상복합이 밀집한 정자동의 사정도 비슷하다.
집값이 내릴 줄을 몰랐던 대표적 주상복합인 파크뷰마저 중·대형의 경우 2억∼3억원가량 급락한 상태다.
파크뷰 54평형은 지난달 20억원에서 18억원,63평형은 28억원에서 25억원으로 내렸다.
33평형은 11억∼12억원에서 10억5000만원 선으로 조정을 받았다.
○'판교효과' 더 이상 안 먹혀
판교 중·대형 분양을 한 달여나 앞두고 분당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이제 판교 약발도 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탑동 B공인 관계자는 "작년에는 판교 분양가가 예상치를 계속 웃돌며 올라 분당 집값도 동반 상승했지만,이제는 나올 만한 호재성 재료는 다 나온 것같다"며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분당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3월 판교 분양 때 떨어졌던 실수요자들이 대거 분당으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도 집값 약세의 이유로 꼽힌다.
상당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분당 집값이 올 연말까지 반등 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자동 C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몇 억원씩 내렸지만,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며 "아직 신분당선 등의 호재가 있긴 하지만 특단의 규제 완화가 없는 한 반등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매동 D공인 관계자는 "분당에는 8월 판교 중·대형 분양에 맞춰 집을 팔 계획이었던 다주택자들도 상당수"라며 "내년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50%)를 앞두고 이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