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정원' 수뢰사건 당사자 847명 분석 결과

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검은 돈'을 받아 챙긴 뇌물 사건에 대한 전국 법원의 양형이 법원ㆍ재판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11일 처음 공개됐다.

11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탁희성 박사 연구팀이 대검찰청의 의뢰로 작성한 `뇌물죄의 양형시스템 구축방안'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수뢰사건 선고 형량이 그야말로 `고무줄' 수준임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양형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속히 국회를 통과되지 않으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2001년1월~2003년 12월 전국 1심 및 항소심 법원에서 선고된 뇌물사건 당사자 1천11명 가운데 무죄 선고자 등을 제외한 847명을 대상으로 뇌물 액수와 청탁ㆍ뇌물 반환 여부 등 양형기준 요소와 함께 선고 결과 등을 심층 분석했다.

연구 결과 비슷한 액수와 요소들이 개입된 뇌물 사건이라도 법원에 따라 천당과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양형이 큰 차이를 보였다.

뇌물액이 `100만원~500만원'인 경우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한 곳은 대전지법으로 평균 징역 22개월인 반면, 형이 가장 낮은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평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가법 적용 대상으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형을 가중할 수 있는 뇌물액 `5천만원 이상' 사건의 경우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한 곳은 울산지법으로 평균 징역 75개월이었고, 형이 가장 가벼운 곳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창원지법 통영지원이었다.

뇌물액 범주가 같은데도 법원에 따라 평균 실형 형기가 최저 2개월에서부터 최고 38개월까지 차이가 났으며 평균 집행유예 기간도 최저 6개월에서부터 최고 36개월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법원이 공직자 부패사범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였음에도 일선 법원에서는 `솜방망이처벌'이 만연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대법원이 2003년 권고한 뇌물죄 양형기준에 의하면 뇌물액이 3천만원 이상이면 실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으나 단독 법관 뿐만 아니라 합의부에서도 이런 양형례가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법관별로도 뇌물사건 양형이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합의부는 뇌물액이 `1천만원~1천500만원' 범주이고 같은 하위직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 피고인은 징역30개월ㆍ집행유예 36개월을 선고한 반면 공소사실을 부인한 피고인에게는 징역 30개월을 선고해 차이를 나타냈다.

더욱이 이 재판부는 뇌물액이 1억원 이상이고 피고인 지위가 사무관, 서기관급인 사건에서는 징역 30개월과 집행유예 36개월을 선고해 양형 기준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밖에 같은 조건의 뇌물죄인데도 A법관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2개월, B법관은 징역 12월 집행유예 24월, C와 D법관은 징역 30월에 집행유예 48개월을 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법관은 같은 조건의 여러 사건 뇌물죄 판결에 서로 다른 형을 선고하거나, 다른 양형 조건은 모두 같은데도 뇌물액이 많은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뇌물액이 적은 경우 오히려 실형을 선고한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법관의 양형행위가 직관적ㆍ경험적ㆍ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