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權錫 < 기업은행장 kskang1@kiupbank.co.kr >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다양한 방면에서 정부당국 간 및 민간교류가 활발해지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포츠 방면에서는 남북 단일팀 구성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이런 남북관계의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99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처음 등장한 '한반도기(旗)'다.

그런데 필자는 남북 공동행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한반도기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태극기와 인공기를 대체하면서 남북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중립적인 제3의 기를 만들려다 보니 한반도 형상이 채택됐고 또한 통일한국을 상징하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만들려다 보니 깊이 있는 검토와 보다 더 나은 대안(代案)을 찾으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기는 나름대로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한민족을 상징하는 기로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국가를 상징하는 기에 영토 모양을 그려 넣는 것도 어색할뿐 아니라 외국인의 시각에는 영토가 작은 국가의 콤플렉스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때 만주와 연해주를 호령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한반도로 축소하는 것도 왠지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한반도기 대신 '한글기(旗)'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사실 한글은 이미 전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세계 최고의 문자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글은 1997년 10월1일 유네스코에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登載)됐고,유엔은 글자가 없는 제3세계 국가들의 공식 문자로 한글을 지정했다.

게다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과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1위는 자랑스럽게도 한글이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컴퓨터에서 한글의 업무능력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7배 이상이고 영어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글은 이처럼 전 세계가 칭찬하는 한민족의 자랑거리다.

마침 북한도 월드컵 축구경기를 순수 한글로 중계하는 등 한글 이용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남북한 모두가 자랑스러워하고 정치적 부담이나 거부감이 없는 한글을 디자인해 한반도 형상 대신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나라가 국기에 자국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럴진대 세계 최고의 문자를 가진 우리 남북한이 한글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민족을 대표하는 문구(文句) 또는 모음(母音)의 기원인 천지인(天地人)과 자음(子音)을 활용해 멋지게 디자인해 한글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