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한국시간)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패한 자국 대표팀을 치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결승전을 지켜본 뒤 프랑스 민영 TF1과의 현지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팀을 위로하지 않겠다.

오로지 그들이 존경스럽고, 칭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대표팀은 낙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그들은 프랑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특히 선제골을 넣고 연장전에서 퇴장을 당한 대표팀 주장 지네딘 지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의 의연한 태도와는 달리 프랑스 국민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회 직전 시내 곳곳에서 "지단, 그가 골을 넣는다"라는 내용의 후렴구로 노래를 부르며 다녔던 광적인 팬들은 현역 은퇴의 대미를 퇴장이라는 불상사로 장식한 지단의 말로에 더욱 씁쓸했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경기를 지켜본 24세의 한 대학생은 "이탈리아가 이겼고, 우리는 그들을 칭찬해야 한다"면서 "승부차기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프랑스 경찰은 경기가 끝난 직후 흥분한 축구팬들의 난동에 대비해 파리 시내 곳곳에 경비를 강화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응원전이 전개됐던 파리 남부의 샤를레티 경기장에서는 일부 소요가 발생했지만 아직 큰 충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프랑스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해 대통령궁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뒤 샹젤리제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개선문을 한바퀴 돌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일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자 테니스 선수인 아밀리 모레스모가 윔블던 단식에서 벨기에의 쥐스틴 에넹을 꺾고 81년만에 프랑스에 우승컵을 선사, 주말동안 프랑스의 스포츠팬들에게 환희와 아쉬움을 함께 안겨줬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