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평가해 달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6일 가진 마지막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3월 취임 때 실적을 가지고 말하겠다고 했다"며 "조만간 경제부총리 직에서 물러나겠지만 올해 경제 정책의 상당부분은 내 책임 하에 운영됐으니 실적을 갖고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지난 1년4개월간의 경제부총리 재임 기간에 대한 소회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그는 "경제부총리에 취임했던 작년 1분기의 성장률이 2.7%에 그칠 정도로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지금은 물가안정 속에 4~5%의 잠재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며 "이런 경제회복의 과정에 나름대로 참여한 것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로서 리더십이 약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평적 리더십'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일축했다.

한 부총리는 "수평적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청와대 정책실장,한국은행 총재,금융감독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 등 핵심 경제각료들과 일주일에 네 차례씩 아침 저녁으로 공식·비공식 회의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정책실장이나 한은 총재,금감위원장 등과 정책 방향에 이견이 없었다"며 "그 때문에 경제팀의 정책조율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부총리는 다만 "언론에서 대외적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잘 알리지 못했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는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의 약한 리더십 탓에 재경부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상실했고,경제 정책이 청와대와 여당에 휘둘렸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색깔 없는 부총리'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선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자 개방주의자이고,재정에 관해서는 보수주의자"라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그는 "때문에 개방과 시장의 자율성을 추구하면서도 부동산 시장과 같은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는 공적 수단과 시장주의적 대책을 함께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외환 자유화 등을 강력 추진했던 것이야말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던 것이라고 자평했다.

마지막으로 한 부총리는 재임 중 우리 경제의 운영실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부총리로서의 평가는) 궁극적으로 실적을 가지고 증명해야 한다"며 "실적을 놓고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계획과 관련,한 부총리는 "현재로선 아무런 계획도 없다"며 "그동안 사놓기만 하고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이나 실컷 읽고 싶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