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축구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할 승부가 펼쳐진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과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34.인터밀란) 얘기다.

둘은 여러모로 닮았다.

생일이 넉 달 정도 차이가 나고 등 번호가 각각 10번과 7번으로 다르지만 A매치, 프로 경력, 수상 경력, 최고 몸값(이적료) 등에서 비슷한 면이 더 많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두 명의 걸출한 미드필더가 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뮌헨에서 열리는 2006 독일월드컵 준결승에서 각자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건 승부를 펼친다.

팀의 주장인 지단과 피구는 센터서클에서 악수를 나누게 된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스페인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지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면 한 명은 대망의 결승이 열리는 베를린으로 가겠지만 다른 한 명은 쓸쓸히 라커룸으로 퇴장해야 한다.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 지단은 마르세유 뒷골목에서 처음 볼을 찼다.

리스본의 노동자 거주구역 알마다에서 태어난 피구가 유년기에 축구를 접한 사정도 비슷했다.

둘은 열 일곱살 되던 해에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그리고 서서히 꽃을 피웠다.

국제 무대에는 피구가 3년 빨리 발을 내디뎠다.

피구는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골든 제너레이션'의 대표 멤버로 유럽 축구계에 이름을 알렸고 1995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 입단하면서 '대어'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단은 보르도를 거쳐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만개했다.

피구가 2000년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역대 최고 몸값인 5천900만유로(713억원)를 받자 지단이 이듬해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오면서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단의 몸값은 7천300만유로(883억원)였다.

1998년과 2000년, 2003년 지단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가 됐고 피구는 2001년 같은 상을 탔다.

지단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0)을 제패한 반면 피구는 대표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둘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스타 마케팅 정책인 '갈락티코'의 넘버 원, 투로 불렸다.

대표팀을 떠났다가 '삼고초려' 끝에 백의종군한 점도 같고 예상을 뒤집고 이번대회에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지단은 이번 대회에서 4경기(359분)를 뛰었고 1골 1도움을 올렸다.

지난 2일 브라질전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뽑혔다.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헤이라 브라질 감독은 "8년 만에 가장 뛰어난 지단의 플레이를 봤다"고 평가했다.

피구는 5경기(424분)를 뛰면서 2도움을 했다.

조별리그 1차전 앙골라전에서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FIFA 기술분석팀은 "역시 축구를 보는 피구의 시야는 위대했다"고 평했다.

아트사커 군단의 '마에스트로' 지단과 이베리아 반도의 자줏빛 전사를 이끄는 '캡틴' 피구의 마지막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단-피구 프로필 비교
△지네딘 지단
1972년 6월23일 프랑스 마르세유 출생/ 185㎝-78㎏/ A매치 106경기 출전(29골)/ A매치 데뷔 1994년 8월17일 체코전/ 수상경력: 1998.2000.2003년 FIFA 올해의 선수/ 프로데뷔: 1988년 프랑스 칸/ 프로경력: 칸(1988~1992)-보르도(1992~1996)-유벤투스(1996~2001)-레알 마드리드(2001~) 총 593경기 출전(92골)/ 최고 이적료: 7천300만유로
△루이스 피구
1972년 11월4일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 180㎝-75㎏/ A매치 125경기(32골)/ A매치 데뷔: 1991년 10월12일 룩셈부르크전/ 수상경력: 2001년 FIFA 올해의 선수/ 프로데뷔: 1989년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프로경력: 스포르팅 리스본(1989~1995)-FC바르셀로나(1995~2000)-레알 마드리드(2000~2005)-인터밀란(2005~) 총 492경기 출전(88골)/ 최고 이적료: 5천900만유로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