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의 증식과 전이를 촉진시키는 인체 내 단백질을 찾아내 그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할 경우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향후 표적 항암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임동수·정초록 박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몸 속 'E2-EPF 유비퀴틴케리어 단백질'(UCP)이 과다하게 만들어지면 각종 암의 증식과 전이가 촉진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자 영국의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암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UCP를 만드는 암세포는 활발하게 증식하고 퍼져 나가는 반면에 UCP를 만들지 못하는 암세포는 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은 세포 안에서 UCP가 암 억제 단백질의 일종인 'VHL'을 분해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암 성장을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UCP가 VHL을 분해하면서 암 주위에 새로운 혈관 생성을 촉진시키고,이를 통해 암세포 증식과 전이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쉽게 공급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UCP가 궁극적으로 암이 잘 자라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UCP와 암의 연관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로 UCP가 암의 성장과 전이를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처음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울러 UCP의 이 같은 기능을 규명함으로써 논란의 대상이던 VHL 단백질의 항암 효과도 완전히 입증할 수 있게 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를 활용하면 간암 대장암 유방암 신장암을 비롯해 각종 전이 암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표적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신약 개발을 위한 고속 약물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고 UCP의 기능을 차단하는 유전자 치료 기술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임동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UCP가 광범위한 인체 암의 증식과 전이에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UCP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암 약물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인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