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거우엔지니어링은 경북 구미의 금오공과대학 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9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의 대기업도 개발하지 못한 휴대폰 부품 조립 자동화 설비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해외에 이 회사의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 점만이 금오공대생들이 취업을 선호하는 요인은 아니다.

이 회사 권상호 사장은 1997년 금오공대 윤성호 교수와 함께 실험실 장비 국산화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이 인연이 돼 학기마다 금오공대 기계공학부 학생들을 초청,실습 기회를 주며 우수 인력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

거우엔지니어링은 작년에는 중소기업청의 '산학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설치 지원 사업'을 신청해 아예 금오공대 내에 회사 연구소를 차렸다.

권 사장은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매달리다 보면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하기 어려운 게 중소기업인들의 현실"이라며 "회사의 성장이 정체할 때마다 금오공대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고 그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거우엔지니어링이 금오공대와 손잡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레이저 프린터 부품인 롤러 생산 자동화 장비 개발이다.

권 사장과 윤 교수,박상희 교수(산학연센터 소장)가 연일 머리를 맞대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를 쬔 부분에 토너를 묻혀주고 종이에 달라붙게 해주는 롤러는 레이저 프린터의 핵심 부품이다.

최근에는 레이저 프린터 시장이 커지면서 롤러 수요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

하지만 그동안 레이저 프린터용 롤러는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기업들이 수작업으로 생산해왔다.

때문에 최근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작업 생산 체제는 또 불량률이 높고 인건비 상승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수작업 체제의 이런 문제점에 착안한 금오공대와 거우엔지니어링은 작년 초부터 롤러 생산 자동화 장비 개발에 착수해 제품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이 장비는 우레탄과 기타 화학원료를 배합통에 부어주기만 하면 알루미늄 봉이 있는 금형에 배합물을 발라 적당한 온도로 굳게 하는 등 자동으로 완성물을 만들어낸다.

권 사장은 "한 달에 30만개의 롤러를 생산하려면 기존 수작업으로는 50∼6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장비를 사용하면 10분의 1 수준인 6명이면 충분하다"며 "원료 배합 등 고분자 분야 전문가인 윤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쉽게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우엔지니어링은 미국의 HP에 롤러를 판매하는 중국 업체와 200만달러(18억원) 규모의 시설 공급 계약을 맺고 다음 달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거우엔지니어링과 금오공대의 탄탄한 팀워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이 회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잡은 휴대폰용 초소형 진동 모터 조립 설비도 2000∼2001년 긴밀한 공동 연구를 통해 만든 작품이다.

이 제품은 휴대폰의 진동을 일으키는 모터기 안 회전자의 코일을 감고 납땜 등 조립 공정을 자동화하는 장비.

모터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일본의 니토쿠엔지니어링도 코일을 감는 장비만 개발했을 뿐 아직 전체 공정을 소화하는 장비는 만들지 못했다.

박상희 교수는 "시시각각 바뀌는 휴대폰 모델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라며 "금오공대에서 품질검사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동 모터 조립 설비를 10억원어치 수출하며 총 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거우엔지니어링은 올해 30억원 규모의 모터 조립 설비와 20억원어치의 프린터 롤러 생산 장비를 각각 수출해 8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