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불패’를 주도해왔던 강남권 재건축값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에 1억∼2억원 가량 하락한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세가 마침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양도세 중과 등을 피하기 위한 매물 출회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 단기 조정을 거친 뒤에 다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던 과거의 집값 패턴이 적어도 향후 2∼3년 내에는 재현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 한 달 새 1억~2억원 떨어져

5·31 지방선거 이후 반짝했던 규제완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강남 재건축의 시세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 추가 하락이 점쳐지면서 급매물에 대한 매수세마저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최근 한 달 새 1억~2억원가량 시세가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34평형은 한 달 전에 비해 최고 2억원가량 내린 10억9000만원,31평형은 8000만원가량 하락한 9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3·30 대책 직전 9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22평형은 8억5000만원,11억7000만~11억8000만원가량 하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역시 1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제 시세 하락이 대세인 것 같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 추가 하락 불가피할 듯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반기에는 재건축 시세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50%)와 오는 9월25일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등으로 매물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단기 조정은 있었지만 상승추세가 이어져왔던 재건축 가격이 앞으로는 반등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과거처럼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는 완전히 사라졌다"며 "주택담보대출까지 막혀 실수요조차 형성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뒤 '버티기'를 하고 있는 다주택자 등의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개포주공 등 저층 단지의 경우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이 상당수"라며 "사업추진이 '올 스톱'된 상태에서 종부세 등의 부담을 견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지금 시장 상황은 2003년 부동산 규제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렸던 10·29 대책 직후 때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며 "경기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어 '이제 재건축 전성시대는 끝났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 '2년 뒤에 보자' 기대감도

시세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양도세 등의 부담이 워낙 커 "팔아봐야 남는 것이 없는 만큼 들고 있겠다"는 집주인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개포동 라인공인 관계자는 "지금 팔아봐야 전세금 빼고 양도세와 취득·등록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다시 강남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재건축 외에는 신규 공급이 불가능한 강남에서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이라고 믿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잠실동 청담부동산 관계자는 "'집이 무너지기 전에는 재건축을 허용해주지 않겠느냐'며 일단 2~3년은 기다려보자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 재건축이 영영 불발되더라도 '강남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치동 대성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은마나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이 불가능해도 학군이나 입지가 워낙 뛰어나 집값이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