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외지인들이 북적대던 충남 연기군 일대.연기군 남면 금남면과 북면 일부 등 수용지 일대는 한때 건설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외지인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음식점 단란주점 노래방 등이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개업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휴·폐업하는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임명수 전국음식업중앙회 연기군지부장은 "이들 3개면 음식점 210여개 중에서 몇 달 새 70여개가 폐업했다"며 "미신고자와 휴업한 업소를 합치면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120석 규모의 연기군 남면 H한정식 대표 김 모씨는 "최근 들어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어 하루 10만원도 올리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며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보다 경제사정이 나은 울산도 자영업만은 예외다.

울산시 요식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울산에 등록된 요식업소는 5월30일 현재 1만2875개로 이들 업소 가운데 무단으로 폐업한 업소와 개점휴업인 업소,장사가 되지 않아 명의를 임의로 변경한 업체 등이 상당수 있어 올 들어 5월까지 휴·폐업한 업소는 적어도 2000~3000여개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은수 울산시 요식업협회 사무국장은 "울산은 공업도시로 기업체가 많아 다른 지역보다 나은 게 사실이지만 근로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씀씀이를 줄이면서 요식업소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으로 항상 손님이 넘쳐나던 수성구 두산동 들안길 일대에도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자영업소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창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 수성구 지부 이유건 사무국장은 "음식점 창업자가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생교육 이수자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300명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170명 내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로터리 일대에 포진해 있는 부품상들이 겪는 불황은 더 딱하다.

C고속에 자동차 자재들을 납품하는 K상사 엄모 사장은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손님이 줄면서 자동차 납품도 덩달아 지난해 초보다 절반 이상 줄고 있다"며 "직원 2명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가게를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일대 부품상들이 영업부진으로 가게를 내놓으면서 이 일대는 음식점 타운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이마저 6개월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주인이 바뀌고 있다.

부산시 남부소상공인지원센터 임채길 센터장은 "부산은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자영업에 나서면서 사업자등록자 가운데 89%를 자영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자영업도 대형화를 추구하면서 점포 임대료가 2배 이상 늘었고 인테리어비용도 50% 이상 증가했지만 매출은 줄어 문 닫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인천 연안부두와 월미도 일대 등 해안가 횟집를 비롯 시내 횟집들과 인천의 대표적 특화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생활 및 사무용 가구 대리점들도 울상이다.

인천음식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회원수는 지난해 2만여명에서 10%가량 감소한 1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협회 진하용 과장은 "올 들어서는 개업에서 폐업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경우 '호남 최대 상권'이었던 광주 동구일대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충장로 일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넘치는 인파로 북적였으나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뒤 도심공동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 일대 옷가게와 음식점 등에서는 장사가 안돼 곳곳에서 한숨만 새나오고 있다.

광주 동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현재까지 문을 닫은 음식 숙박업소는 모두 299개였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1~6월까지 폐업한 업소 200개보다 무려 50%가 늘어난 것이다.

백창현.신경원.김인완.최성국.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