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콕(New Coke) 초그릿(Choglit) OK소다(Soda) 서지(Surge).' 코카콜라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취향에 맞춰 야심차게 개발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상품들이다. 지금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 정도다.

네빌 이스델 코카콜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주주총회 때 아프기만한 이 실패 사례를 꺼냈다.
그러면서 "보다 창조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실패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류기업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에서 배운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코카콜라 애플컴퓨터 맥도날드 포드 소니 제록스 등이 그런 경우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실패의 성공사례'는 화이자의 '비아그라'.화이자는 1991년 심장병약으로 '실데나필'을 개발했으나 효능이 없어 개발비만 날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한 결과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실패에서 뭔가 배워야 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불행히도 대부분 CEO와 경영진은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대부분 창조적 실패에서 나오는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패 사례를 공유해 다음 상품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1일자)에서 보도했다.

창조적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평가시스템.IBM 리서치센터의 경우 연구원들의 실적을 '1년 단위'와 '3년 단위'로 평가한다.

1년단위 평가 결과는 그해 보너스에 반영된다.

반면 3년단위 평가 결과는 연봉과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3년단위 연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중간 실패를 하더라도 더 큰 성공을 거두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각 분야의 '모범기준(best practice)'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GE는 최근엔 실패 사례를 정형화하고 있다.

'상상력 발견(Imagination Breakthroughs)'이란 컨퍼런스를 정례화,간부들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경험을 공유한다.

일종의 '실패포럼'인 셈이다.

실패 사례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특정한 선입견이 없는 고객이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코닝은 1998년 DNA칩 사업에 뛰어들어 2000년까지 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코닝에 앞서 이피메트릭스사가 같은 사업의 상업화에 성공하고 말았다.

코닝으로선 부도위기에 몰릴 수밖에.코닝은 나중에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그때까지의 연구 결과를 의약품을 테스트하는 혁명적인 기술인 '에픽'으로 다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처럼 실패에서 성공을 얻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CEO와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