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브리티시오픈골프 챔피언 벤 커티스(29.미국)에게는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실력있는 자만이 살아 남는 프로의 세계에서 `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니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커티스가 200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상황을 보면 그럴 만했다.

당시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 토마스 비요른(덴마크)에게 4타차로 뒤진 채 출발했던 커티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앉아 있던 커티스는 비요른을 비롯해 타이거 우즈(미국), 비제이 싱(피지),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2000년 프로 전향 후 하위투어를 전전하다 PGA 투어에 들어선 첫해에 안아 본 너무나 큰 상이었다.

이후의 성적은 참담했다.

2004년 20개 대회에 출전해 9차례 컷통과, 2005년 24개 대회에 출전해 8차례 컷통과가 고작이었고 3위 입상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톱10 안에 한번도 들지 못하던 커티스는 폭우 때문에 6일 동안 열린 부즈앨런클래식에서 컨디션 난조가 올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각종 기록을 쏟아내며 우승컵을 안았다.

커티스는 이번 대회에서 36홀(15언더파 127타)과 54홀(19언더파 194타) 최소타 기록을 세웠고 1989년 톰 바이럼이 세웠던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매라운드 선두를 지키며 우승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1984년 그렉 노먼(호주) 이후 22년만이다.

커티스는 이날 우승으로 PGA 투어 출전권을 2009년까지 연장했고 시즌 상금 115만6천611달로 100만달러를 돌파한 40번째 선수가 됐다.

커티스는 "3년을 기다렸고 마침내 때가 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잘 준비해 준 대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