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확장보다 내부문제 치중할 듯

하반기를 맞은 주요 시중은행들이 외형 확대에서 내실 강화로 경영 목표를 변경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대한 내부 경영 현안을 한가지씩 들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경영목표 선회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은행간 경쟁 강도가 약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즐기던 다양한 금리 혜택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다음달 10일께 행내 월례조회를 통해 하반기 경영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황 행장은 경영 계획을 통해 하반기에는 자산성장보다 수익성 증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또 우량고객을 확보해 은행.카드.방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차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내실 위주 전략으로 선회할 계획이다.

금융가는 우리은행의 상반기 자산증가율이 은행권 최고를 기록한 데다 황 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말로 얼마 남지 않아 자산 추스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자산 규모 1, 2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중대한 내부 과제가 있어 공격적인 외형 확대보다 내치에 주력하고 외형은 수성 정도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국민은행은 하반기에 따로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않지만 상반기에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합병 후 통합과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에 주력하고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면서 외환은행과 통합추진준비위원회를 꾸리는 등 사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에 정부 승인 및 대금지급 완료 등 사안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외환은행과 통합문제는 더욱더 중요한 경영 현안이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올초 제시한 5% 자산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하반기에 다소 영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도 하반기에 내부 과제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 4월 조흥은행과 물리적인 통합을 이뤄냈지만 하반기에 직급 및 급여 통합, 10월에는 전산통합 등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특히 이들 사안은 향후 통합 신한은행의 앞날을 규정할 수 있는 대형사안이라는 점에서 내부 조직에 힘을 쏟을 확률이 높다.

다만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성 정도의 영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도 상반기에 시장점유율을 2%포인트 더 확보한다고 선언한 후 저돌적으로 시장을 공략했지만 하반기에는 수익성 향상으로 선회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줄여 사실상 금리를 최대 0.08%포인트 올린 것도 이같은 방향 전환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은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덩치가 가장 작다는 점에서 외형 확대에 대한 의지가 큰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 확대전략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비해 한국씨티은행은 7월 전산통합 후 시장에서 가장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경쟁 감소, 경기의 불확실성,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여건 변화로 시중은행들이 하반기에 다소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