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16강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아직도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니라며)

"우리 앞에는 아름다운 과제(beautiful task)가 놓여 있다!"(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호주를 16강에 올려놓은 뒤 이탈리아와 결전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60)의 '어록(語錄)'은 진화하고 있다.

히딩크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인근 소도시 외링겐의 호주대표팀 베이스캠프 옆 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기자회견장에 곧바로 훈련장에 갈 수 있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호주축구협회 마크가 뚜렷이 새겨진 녹색 상의와 반 바지 차림의 그는 4년 만에 다시 나온 월드컵 무대에서 훨씬 더 강한 자신감을 가슴에 품고 있는 표정이었다.

위트와 유머가 섞인 그의 인터뷰 어법은 그대로였지만 눈빛에는 강한 결의를 담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100%'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탈리아가 분명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호주보다 한 수 위의 상대이고 전문가들이 2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열리는 호주-이탈리아의 16강전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고 있지만 '100%'를 다 쏟아붓는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게 히딩크 감독이 표출한 자신감의 근원인 것 같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을 50일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우리 팀은 지금 50%다.

하지만 오늘부터 매일 1%씩 팀을 끌어올려 개막 첫 경기를 치를 때 쯤이면 100%까지 만들어놓겠다"고 했고 태극전사들의 땀방울을 모아 그 약속을 지켜냈다.

호주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금도 100%를 향한 약속은 마찬가지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우리는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자고 한다(as long as we can)"고 했다.

16강 이후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무한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우리 매우 젊은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I'm very proud of our young boys)"고도 했다.

역시 4년 전에도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에게 비슷한 표현을 썼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전에 나설 호주 골키퍼가 마크 슈워처로 정해지지 않았느냐'는 한 기자의 '섣부른 선발 라인업 예상'에 대해 "난 보통 미리 선발 라인업을 주지는 않는데...하지만 당신이 맞다"며 위트로 응수했다.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자신감에 찬 표정도, 특유의 능청과 여유도 그대로였다.

(외링겐<독일 남부>=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