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프랑스를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일궈낸 19일 대한민국은 '붉은 물결'로 술렁였다. 경기가 끝난 뒤 시민들은 대표팀이 닷새 뒤(24일 새벽 4시.한국시간) 스위스전에서 승리해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의 쾌거가 달성되기를 기원했다.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24일 열리는 스위스전에는 전국 곳곳에서 최대 응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토고전과 프랑스전이 평일 열렸던 것과 달리 스위스전은 토요일 새벽에 열리기 때문에 직장인의 부담도 덜해 많은 인원이 길거리 응원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 주말은 '놀토'(쉬는 토요일)인 데다 상당수 대학들도 기말고사가 끝난 상태다. 다만 스위스전이 열리는 24일을 전후해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하고 있어 붉은악마들의 주요 응원 장소가 광장에서 지붕이 있는 축구전용구장이나 실내체육관 등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증하듯 프랑스전이 끝나자마자 각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24일 새벽 서울광장과 광화문을 비롯해 아파트와 술집,음식점 등에서 단체응원을 펼치자는 제안이 잇따랐다.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 운영진은 게시판을 통해 "어제(18일) 서울시청 앞에 서둘러 갔는데 전날부터 온 축구팬도 있었다"며 "스위스전에서 우리의 16강 진출이 판가름날 것 같으니 서울광장에 모여 함께 응원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카페 운영자는 "프랑스전은 월요일이라 각자 즐겼지만 스위스전은 모여서 즐기자"며 "금요일 저녁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각자 음식물을 가지고 만나자"는 글을 올렸다.

서울광장 인근의 각 호텔에는 19일 오전 프랑스전이 끝나자마자 스위스전 전날인 23일 저녁 방을 예약하려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호텔 관계자는 "보통 내국인은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 전화가 오는데 오늘은 프랑스전이 끝나자마자 금요일 저녁 방을 예약하려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거리 응원의 '메카'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 등 서울 지역에는 '붉은 악마' 30만명이 밤을 새우며 19일 오전까지 '대~한민국'을 외쳤다. 전국 월드컵경기장과 주요 광장 등에도 70만명의 응원 함성이 새벽 하늘을 갈랐다. 전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서는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느라 새벽잠을 설쳤고,도심 일대의 찜질방 사우나 숙박업소 등도 밤을 꼬박 새워 경기를 지켜보려는 직장인들로 밤새 떠들썩했다.

월드컵 응원 때문에 월차휴가를 사용한 기업체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2만5000여명 가운데 이날 월차휴가 사용자는 820여명으로 평소의 650~700여명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현대미포조선 등 일부 조선.자동차 업체에서도 월차휴가자가 평소보다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팀 응원단 사이에서 토고가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토고가 스위스전과 프랑스전에서 선전해야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직장인 임현욱씨(34)는 "토고 선수들이 힘을 내서 스위스와 무승부만 해줘도 좋겠다"며 "집에서 TV를 보면 꼭 토고팀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응원은 큰 사고 없이 대체로 무난하게 이뤄졌고 뒤풀이 과정도 차분하게 진행됐다. 인파가 몰려 70여명이 응급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일부 응원단과 시민단체는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한곳으로 모으거나 봉투에 넣는 등 축제 현장을 깔끔히 치웠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