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버블 지역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목동)에서 하반기 중 8000가구가 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이는 작년 하반기 입주 물량(7181가구)보다 1000가구 가까이 많은 것이다.

버블 논란으로 이들 지역의 거래가 거의 끊기고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어서 이 같은 대규모 입주 물량이 향후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입주 물량 중에는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내놓는 매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3개 구와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에서 총 36개 단지 8145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다.

지역별 입주 물량은 송파구가 2956가구로 가장 많고 △강남구 2562가구 △양천구 1986가구 △서초구 641가구 등의 순이다.

특히 강남구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강남권 주택 공급 부족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입주 물량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단지는 잠실 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다.

오는 12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2678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로 잠실 저밀도 재건축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가 이뤄지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현재 공사 중인 주변 재건축 아파트 시세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단지에서 34평형 조합원 물량 가운데 거래가 가능한 물건은 9억원 안팎에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다.

34평형 일반 분양분의 분양 가격이 6억8000만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억원 정도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강남구에서는 한티역 인근의 '대치 아이파크'를 주목해 볼 만하다.

올해 12월 입주 예정으로 인근 '도곡렉슬' 못지않은 입지 여건과 학군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거래 가능한 32·33평형 분양권은 12억원대로 14억원을 넘어선 도곡렉슬 33평형보다 저렴한 편이다.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는 8~9월 사이 역삼동 개나리3차를 재건축한 개나리푸르지오(332가구)를 비롯 개나리래미안(438가구) 역삼아이파크(541가구) 등 '알짜'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몰려 있다.

개나리푸르지오의 경우 33평형 시세가 10억5000만~11억원 선으로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6억4000만원 선)보다 4억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목동에서는 다음 달 입주하는 '목동 e-편한세상'이 주목할 만하다.

276가구 전량을 일반 분양했던 아파트로 32평형은 현재 2억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있어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포함된 강남 3구와 양천구에서 하반기에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공급 측면에서는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던질 경우 강남권 아파트 가격의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