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대형 자산운용사의 실무 책임자급 펀드매니저들은 요즘 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은 대체로 저가 매력을 좇아 주식을 본격 매수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금리인상 추세,세계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지속되고 최근 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 증시도 당분간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미 증시 흐름에 따라 코스피지수 1200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 매수 타이밍은 언제쯤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싼 가격에 이끌려 적극 매수에 나서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한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서정호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최근 장세가 워낙 불확실한 상황으로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대다수 운용사가 적립식펀드 등으로 자금이 들어와도 매수 시점을 저울질할 뿐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 이탈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방어적인 관점에서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이라며 "남보다 앞서 바닥을 확인하고 선취매에 나설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점 매수를 거론하는 펀드매니저도 없진 않다.

이영석 한국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단기적인 시황이 불투명한 만큼 뇌동매매를 삼가하되 하반기 이후를 겨냥해 내재가치 대비 절대 저평가주나 업종대표 우량주 중심으로 분할매수하는 전략도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일시적 1200선 하회 가능성

미국 및 일본 증시와의 동조화가 심해진 만큼 상황에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12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삼성투신운용 임 팀장은 "최근 증시는 국내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며 미국와 일본 증시 흐름에 휘둘리는 양상"이라면서 "1200선 지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투운용 서 팀장도 단기적으로 1180∼1190까지 밀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 반등 기대는 여전하지만 올해 전체적인 지수 기대치를 당초보다 낮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석 한국운용 팀장도 "글로벌 증시 약세에다 국내에서의 일부 손절매 물량 출회,IT기업의 실적 악화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론 1200선 지지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러나 최근 급락장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환매 요구 등 펀드 투자자들의 동요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적립식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일시적인 수익률 등락과 무관한 장기 투자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수언·박해영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