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초만 해도 달러당 9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여 만에 960원대로 반등했다.

일방적인 환율 하락을 점치던 시장 분위기에도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2개월 전에는 환율 하락을 전망했던 사람이 90%,환율 상승을 예상한 사람이 10%였다면 지금은 반반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약(弱)달러'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힘을 잃어가는 반면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 매도 지속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조금씩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달 만에 960원대 회복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오른 961원80전으로 마감돼 두 달 만에 960원대를 회복했다.

환율이 오른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화 환율이 상승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역시 원화 환율을 끌어올렸다.

그만큼 달러 매수가 늘어나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까지 겹치면서 환율 상승폭이 더 커졌다.

'투기세력'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선물환 과다 매도 기업 '비상'

환율 하락을 점치던 상당수 수출기업들은 환율이 반등할 때마다 보유 달러를 매도하고 선물환까지 팔아치웠다.

환율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달러를 서둘러 원화로 바꿔야 환율 추가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환율이 예상과 달리 급등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수출보험공사 관계자는 "선물환을 매도한 기업들은 주로 조선과 해운업체들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달러를 팔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규모는 92억달러.이달 들어서도 계속 매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입장이 곤란해지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단은 금물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은 상당히 소진된 반면 달러 매입을 미뤄왔던 수입업체들의 달러 매수가 늘어나고 월마트와 까르푸 매각에 따른 달러수요도 다음 달 초까지 10억달러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등 세계 불균형을 초래한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3일 조지타운 대학 연설에서 "유연한 위안화 환율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