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라는 두 가지 악재에 발목이 잡히고 말 것인가.

글로벌 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동반 하강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 작금의 급락 장세는 기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현실화된다면 주가 하락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한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작은 만큼 오히려 새로운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이다.

◇"인플레 우려 지나치다"

대우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세를 야기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 지표상으로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1.4분기에 기록한 높은 성장률은 부동산 및 소비 조정과 함께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5월 고용통계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노동비용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증가세가 4월보다 다소 낮아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80%를 넘어섰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에 추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면서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경기 침체?..완만한 조정 예상

대우증권은 국내외 여건 악화로 국내 경기도 하반기에는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겠지만 기술적 둔화 이상의 경기 조정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미 수출의 증가세가 소비재보다는 자본 및 소재 부문의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소비 둔화의 영향도 제한적인 데다 정부의 정책 부담으로 내수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지만 전월 대비 평균 0.4∼0.5%의 성장은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은 "이번 경기확장 국면은 외환위기 이후 3차례의 경기확장기에서 공통적으로 버블이 발생했던 것과는 달리 버블 조짐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2006년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상반기 5.7%, 하반기 4.8% 성장하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전개될 전망이지만 하반기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유지됨으로써 2005년 하반기 이래 진행된 완만한 경기확장 추세의 연장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반등 기대

대신증권은 급락 장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제반 기술적 지표들은 과매도에 따른 단기 반등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3차례 고점 형성 과정에서 고점 이후 평균 3주 동안 17% 하락한 이후 기술적 반등이 이뤄지면서 평균 9.6%의 상승률을 나타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반등 국면에서는 코스피지수 1,300선 회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장기 국면에서는 최근의 주가 조정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상당기간 약세장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