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자치단체가 금고를 지정할 때 경쟁입찰이 의무화되고 특별회계와 기금별 복수금고 지정도 허용됨에 따라 은행권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자치단체 금고 유치를 놓고 초비상이 걸렸다.

작년 기준으로 자치단체의 예산규모가 122조원이 넘는 데다 평균잔액(평잔)만 42조원에 달해 금고 유치 성공이 곧바로 은행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2일 행정자치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말 이전에 경쟁입찰을 통해 금고를 지정해야 하는 지자체가 전국 250개중 35.2%에 해당하는 88개나 됐다.

이어 2007년 76개 지자체, 2008년 56개, 2009년 4개, 2010년 26개 등에서 잇따라 금고를 각각 지정해야 한다.

금고는 자치단체가 운용하는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과 보관, 각종 세입금 수납, 세출지급 등을 맡는 금융기관이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격돌 예상
올해 말까지 늦어도 내년초까지 금고 지정계약을 경쟁입찰을 통해 다시해야 하는 광역자치단체만 경기도(농협)와 인천시(한국씨티은행), 부산시(부산은행[005280]), 광주시(광주은행), 강원도, 전북도, 제주도(각 농협) 등 7개에 달한다.

5.31 지방선거로 단체장이 바뀌는 등 지역정가의 역학구도 변화도 향후 금고 지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올해가 금고 유치전에서 가장 큰 호기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금고 재지정을 둘러싼 은행권간 격돌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개 광역 자치단체 금고중 경기.강원.충북.충남.전남.전북.경북.경남.제주 등 9개 도(道) 금고를 농협이 장악하고 있는데다 대구(대구은행[005270])와 광주(광주은행), 울산(경남은행)의 예에서 드러나듯 지방은행의 텃세가 워낙 거세 경쟁입찰이 이뤄져도 기존 금고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중에서도 한국씨티은행이 금고로 지정된 인천시가 최대 접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사실상 지역연고 은행이 없기 때문에 이번 공개경쟁입찰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별회계.기금도 주 공략대상 떠올라
이번에 확정된 행자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기준'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가 복수금고의 허용이다.

그동안 자치단체가 대부분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의 운용이나 출납등을 하나의 은행에게 맡겨 운용해왔으나 앞으로는 회계와 기금별로 별도 금융기관 지정이 가능하다.

행자부는 2001년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에서 자치단체의 예금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금고업무 담당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자치단체 재정운용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이번에 자금관리의 위험분산 차원에서 회계별, 기금별로 별도의 금고지정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특별회계나 기금 금고 지정을 위해 전략짜기에 무엇보다 골몰하고 있다.

일반회계 금고 지정은 기존 은행과 자치단체의 관계, 지역의 특수성 등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당장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특별회계와 기금의 예산규모는 각각 23조원과 15조원, 평잔만으로도 11조원과 6조원에 달한다.

◇지자체 금고 '농협' 압도적
일반회계 기준으로 250개 지자체 가운데 농협이 172개 지자체와 금고계약을 맺고 있을 정도로 지자체 금고 시장에서는 특수은행인 농협의 위상이 압도적이다.

이어 최대 규모인 서울시 금고인 우리은행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를 포함해 26개 자치단체 금고 계약을 맺고 있다.

운용자금이 연간 14조원에 이르고 평잔만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의 계약은 2010년까지로 돼 있다.

또 부산은행이 부산시 등 15개 지자체, 대구은행이 대구시 등 10개 지자체, 한국씨티은행이 인천시 등 9개 지자체, 하나은행이 대전시 등 6개 지자체 등 순으로 금고 계약을 맺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jaehong@yna.co.kr